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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P 집 그림의 구조적 해석① 본문
- 집은 가족이 함께 모여서 사는 공간이다. 때문에 집 그림에는 아동이 내면에 가지고 있는 가족, 가정생활, 가족관계, 가족구성원 각각에 대해 가지고 있는 표상, 생각, 그와 관련된 여러 감정, 소망들이 투영되어 나타나게 된다. 또 집은 일차적으로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자아, 그 사람이 현실과 관계를 맺는 정도와 그 양상, 그리고 그 개인만의 내적 공상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정보를 줄 수 있다. 다음에서는 집 그림의 각 개별적 요소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구조적 해석에 필요한 여러 가지 가능한 가설들을 제시하였다.
1. 문
- 문은 집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이다. 때문에 집 그림에서 문은 타인이 자신의 삶에 들어오도록 허용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세상으로 나아가는 통로를 의미하므로, 세상과 자기 자신 간의 접근 가능성을 나타낸다. 이러한 접근 가능성은 여러 가지 심리적인 특성이나 상태를 반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친밀한 관계에 대한 욕구나 소망 정도, 친밀한 관계 형성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이나 두려움, 거부감, 양가감정, 자신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불편감이나 긴장감, 친밀한 관계 형성에 필요한 공감능력, 타인의 인정이나 애정에 의존적인 정도 및 이에 대한 욕구와 소망, 실제로 얼마나 현실과 세상과의 접촉이 되고 있는가, 얼마나 고립되고 위축되어 있는가 등이다. 이는 창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쪽으로 여는 문, 적당한 크기로 손잡이가 그려지고, 장식을 너무 많이 그리지 않고, 선의 질이나 음영의 정도가 적당하고, 집의 바닥선과 높이가 같으며, 집에서 가장 큰 벽면에 그리고, 문이 다른 화분 같은 것으로 가려져 있지 않도록 그릴 때, 이러한 해석이 적절하다고 추론할 수 있다.
(1) 문이나 문의 손잡이를 빠뜨린 경우
- 외부와의 접근 가능 통로를 빠뜨리고 그린 경우는 다른 사람이 자시 자신의 삶, 세계 안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또 자기 스스로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불안감, 혹은 저항감을 느끼며, 자기만의 세계에 고립되고 위축되어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문은 그렸으면서도 실제로 문을 열기 위해 필요한 문 손잡이를 빠뜨리고 그렸다면, 이렇게 타인에게 자기를 열고 혹은 자신이 다가가는 데 대한 욕구가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양가감정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2) 문의 크기
- 문을 지나치게 크게 그렸다면 이는 사회적 접근 가능성이 과다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사회적인 인정이나 수용이 지나치게 의존적이거나,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에 지나친 비중을 두거나 혹은 타인의 인정이나 수용에 대해 과도하게 예민하고 불안해하지만 이를 과잉보상하고 싶어 하는 등의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문을 너무 작게 그렸다면, 이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에 대한 거부감, 두려움, 불편감 등의 양가감정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다른 사람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고, 자신의 경계가 침범당하거나 남이 자신을 너무 많이 알게 될까 봐 두려워함을 의미할 수도 있다. 실제로 호혜적인 상호작용을 맺기 어렵고, 사회적인 관계 자체가 적고 위축되어 있거나, 대인관계능력이나 기술이 부족함을 반영할 수도 있는 것이다.
(3) 세부적인 장식
- 문에 손잡이 외에 초인종, 우편함과 같은 세부적인 것을 더 그려 넣었다면 이는 타인과의 관계나 세상과의 접근 가능성에 과도하게 집착함을 의미할 수도 있다. 대인관계, 애정이나 인정과 관련하여 과도한 욕구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이러한 것을 너무 자세하고 꼼꼼하게 그렸다면 이러한 욕구와 관심을 강박적으로 보상하고 있을 가능성, 혹은 자신이 이렇듯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데 대한 보상적 과시나 관계의 피상성을 의심해 볼 수도 있다.
(4) 문의 개수 및 위치
- 대문 혹은 현관문 외에 옆쪽에 문을 하나 이상 더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세상과의 접근 가능성에 대한 불편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전 한옥집처럼 양쪽으로 여는 문을 그린 경우는 이러한 불편감에 대한 과잉보상성을 의미할 수 있고, 문을 하나 더 그린 경우 자신이 현재 세상과 맺고 있는 관계 통로 및 관계 방식에 대해 불확실감을 느끼고 있거나 세상으로 나아가는 좀 더 다른 길을 찾고 싶은 소망이 있음을 반영할 수 있다. 또, 대문은 그리지 않고 옆의 쪽문만 그렸다면 세상과의 관계 맺음에 대해 양가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때로 그림에는 안 그렸지만 뒤에 뒷문이 있다고 말하는 피검자들이 있는데, 이는 이러한 접근 가능성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 방어적 경향을 나타낸 것일 수도 있다. 또, 문이 벽 안쪽에 숨겨지게 그렸다면, 이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데 불편감을 느끼고 지나치게 신중하거나, 쉽게 사람을 믿지 못하고 시험해 보는 경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5) 문을 가리거나 마지막에 그린 경우
- 문 앞에 화분을 그리는 식으로 문을 가려지게 그렸다면, 이는 세상 및 타인과의 접근 가능성에 대한 여러 가지 부정적 감정들, 혹은 양가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반영할 확률이 높다. 집을 모두 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에 문을 그렸다면, 이는 피검자가 최소한의 대인관계 접촉을 하기는 하지만 다소 꺼리고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으며, 수줍음이나 사회 불안을 느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2. 창문
- 창문은 세상을 내다보고, 또 세상과 타인이 집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이다. 때문에 이는 대인관계와 관련된 피검자의 주관적인 경험, 자기 혹은 자기 대상이 환경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스스로 느끼는 감정들과 관련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큰 창문을 하나 그리거나 작은 것을 두세 개 그리고, 크기가 적당하며, 집의 벽에 위치하고, 화분이나 커튼으로 창문이 많이 가려지지 않게 그린 것이 적절하다고 간주된다.
(1) 창문을 안 그렸을 경우
- 대인관계에 대한 주관적인 불편감과 관련되며, 대인관계에서 다분히 위축되어 있음을 반영할 수 있다.
(2) 창문을 너무 많이 그린 경우
- 창문을 지붕이며 벽에 너무 많이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과도하게 자신을 개방하고 타인과 관계 맺고자 하는 욕구, 때로 지나치게 타인에게 다가가고 타인이 수용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가까워지고자 하는 소망을 반영할 수 있다. 또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소망을 나타낼 수도 있다. 벽에만 창문을 4~5개 그렸다면 이는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실제로는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이를 과도하게 보상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3) 창문의 위치
- 창문은 문 높이보다는 아래쪽에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창문을 지붕에 그렸다면, 이 창문으로는 자신은 밖을 내다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집을 들여다보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이는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감추고 싶어 함을 의미할 수 있으며, 내적인 고립감과 위축감을 시사할 수도 있다. 경험적으로 보면 창문을 적절히 배열해서 그리지 못하는 경우 시공간적 조직화 능력의 어려움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초기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보이는 징후로 해석할 수도 있다.
(4) 창문의 크기
- 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5) 세부적인 장식
- 창문을 그릴 때 창문에 커튼이나 화병, 사람 등을 덧붙여서 그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가적인 것을 한두 가지 정도만 그리되 창문을 가리지 않는 범위에서 했다면 이는 그 사람이 환경에 좀 더 능동적으로 관여하고 개입하고자 함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창문이 가려질 정도였다면 이는 대인관계에서 자신이 상처받지 않도록 보호하고자 하는 방어적인 태도나 감정이 있음을 나타낼 수 있다. 때로 창문에 두 개 이상의 가로세로 창살을 그려 넣은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신의 가정의 내적 울타리가 안정적이기를 바라고 있거나, 혹은 가정을 감옥처럼 답답하게 느끼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3. 벽
- 벽은 집이 견고히 서 있도록 지탱해 주고, 외부와 내부를 분리시키며, 외적인 환경에서 집의 내부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집 그림에서 벽은 외적인 위협은 물론 정신증으로 자아가 붕괴되는 것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 즉 자아 강도와 자아통제력을 나타낸다. 대개 벽의 선이 적절히 연결되어 있고, 직선으로 그려지고, 벽이 투명하게 비치지 않으며, 적어도 벽이 두 개이고, 3차원적으로 그리며, 선의 질이나 음영이 적당할 때 이러한 자아 강도나 자아통제력이 적절한 수준에 있음을 의미한다.
(1) 벽의 형태
-벽이 견고하지 못하고 허술하게 그려졌다면 이는 자아 강도가 약화되어 있고 자아통제력이 취약해져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반대로 벽의 견고함을 강조해서 그렸다면 이는 자아 강도가 강함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자아가 위협받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고, 예민하거나, 자기를 통제하고자 하는 과도한 욕구가 있음을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
(2) 벽을 안 그리거나 선이 연결되지 않은 경우
- 이는 매우 드문 경우로 심한 현실 왜곡, 자아의 붕괴, 자아통제력의 와해, 현실검증력의 손상을 의미하며, 주로 정신분열증 환자에게서 나타난다. 정신증적 상태에 있지 않으면서도 벽을 그린 선이 잘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아통제력이 많이 약화되어 있고, 자아의 힘이 상당히 고갈되어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3) 벽의 개수와 위치
- 집을 2차원적으로 그려서 벽을 하나만 보이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자신에 대해 표현되는 것, 즉 남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부분에 대해 통제하고자 하며, 자신에 대해 제한되고 피상적인 부분만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와 관련될 수 있다. 그런데 옆쪽과 앞쪽의 벽을 모두 그렸으면서도 이를 3차원적으로 그리지 못하고 마치 2차원적인 것처럼 그렸다면 이는 신경학적 손상이나 사고장애, 현실검증력의 장애를 시사할 소지가 높다.
(4) 선
- 벽의 선은 일반적으로 직선으로 그리는데, 그렇지 못하고 휘어지게 그리거나 비스듬히 쓰러질 듯이 그렸다면 이는 자기 통제력이 매우 약화되어 있고 현실검증력이 불안정할 수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5) 투명성
- 매우 드물지만 벽을 그려놓고는 그 벽면에 방 안의 모습을 그리는 등 밖으로 비치는 모양으로 그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개 자아통제력의 상실, 현실검증력의 장애를 시사한다. 그러나 5세 이하의 아동은 인지발달 수준을 감안할 때 이렇게 그리는 것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간주된다.
(6) 벽돌이나 돌, 통나무 결 무늬 등을 벽에 그려 넣는 경우
- 이러한 것을 너무 정교하고 자세하게 그려 넣은 경우가 있는데, 이는 주로 사소한 것에 대한 과도한 집착, 자기 통제감을 유지하려는 강박적, 완벽주의적 성격 경향을 시사하는 경우가 많다. 자폐아동의 그림에서도 종종 이러한 양상이 나타나는데, 이때는 주로 이러한 아동들의 상동증적 보속성, 기계적인 자극처리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림을 통한 아동의 진단과 이해"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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