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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투사적 그림검사에 대한 이론적 접근

벨라0430 2024. 11. 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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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신분석적 관점

- 투사적 그림검사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핵심 가정은 사람이 그린 그림은 내면의 핵심적인 정신역동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정신분석적인 것이다. 이는 프로이트가 인간의 행동이 무의식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 정신결정론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투사적 그림검사를 정신분석적 관점에 기반하여 해석한 대표적인 학자로는 마코버(1949)와 레비(1958), 해머(1958)를 들 수 있다. 마코버는 사람 그림은 자신을 어떻게 지각하는가에 대한 표상이며, 종이는 환경에 해당되고 사람 그림은 그 사람 자신에 해당된다고 가정하였다. 마코버에 따르면, 개인은 성장과정에서 신체 부위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감각이나 지각, 감정을 경험하고, 그 결과로 신체상이 발달하며, 그림에는 이러한 신체상이 투사됨으로써 그 사람의 충동이나 불안, 갈등 및 보상적 욕구가 표현된다고 한다. 즉, 개인의 신체적 · 생리적 · 정서적 · 대인관계적 측면이 모두 포함된 신체상이 개인에게 내면화되면, 이러한 신체상이 그림에 투사되어 인물상의 특징을 결정짓게 만든다는 것이다. 

 

- 레비 또한 공상이나 행동, 증상뿐 아니라 그림도 역동적 과거력의 산물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라 나무, 집, 사람 그림에 드러나는 상징은 다음과 같다고 가정하였다. 은 공상, 자아, 현실과의 접촉, 현실에의 접근 가능성을 나타내며, 가정생활과 가족 내부 관계, 유년기 부모와의 관계를 나타내주기도 한다. 나무는 신화, 종교, 전설, 무속 등에서 인생과 성장을 상징하는 가장 보편적인 은유로 사용되는데, 자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는 느낌이 적어 방어적인 태도가 감소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다 깊고 무의식적인 감정과 갈등을 반영한다. 사람 그림은 신체적 자기, 심리적 자기, 이상적 자기, 중요한 타인에 대한 지각상 등을 상징한다. 

 

- 해머는 사람들은 세상을 자기 나름의 이미지로 의인화시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의인법적인 관점의 핵심에는 투사기제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투사(projection)는 인간이 자신의 특성, 느낌, 태도와 갈망을 환경 속의 대상에 귀인 시키는 심리적 역동으로 정의될 수 있다. 투사된 내용은 그 사람에게 자기 자신의 일부라고 인식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해머는 투사가 방어적 의도에서 이루어질 때 왜곡이 일어나게 되고, 이것이 그림에 반영된다고 보았다. 그림에 그려진 실제 대상과 무관한 내용은 피검자의 주관적인 세계로부터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2. 자기 - 심리학적 관점

- 르보위츠(Leibowitz, 1999)는 코훗(Kohut, 1971, 1977)과 후속 연구자들의 자기-심리학(self-psychology)이 투사적 그림 해석을 뒷받침하는 훌륭한 이론이라고 주장하였다. 자기-심리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투사적 그림검사에서 피검자에 의해  "투사"된 것은 자기 대상(self-object)과 관련된 경험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자기 대상은 개인이 자기(self)를 유지하고 지탱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변의 사람이나 사물 혹은 상황으로서, 자기 대상 현상은 특정한 자기 대상적 욕구의 충족이라는  "경험 자체"와 그 경험을 제공하는  "원천"을 모두 포함한다. 

코훗은 자신의 내적 세계를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하고 타당한 방법을  '내성(introspection)'이라고 보았고, 타인의 내적 세계를 알기 위해서는  '대리적 내성(vicarious introspection)  ' 즉 '공감(empathy)'이 필수적이라고 하였다. 그는 내성이나 공감 이외의 외성적 방식으로는 개인의 주관적 세계를 파악할 수 없다고 보았지만, 과거력 자료나 성격검사 등의 객관적 자료들이 개인의 내적 세계를 파악하는 데 귀중한 단서가 될 수도 있음을 인정하였다. 임상가가 검사자료에 대해 공감적 태도를 취하면, 즉 검사자료가 표상하는 바를 가지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려는 노력을 하면, 그림과 같은 표현물 역시  '분석 의자(couch)'에서 한 말만큼이나 풍부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림은 언어적 표현이 어렵거나 얻기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얻는 유일한 수단이 된다. 

 

- 아동 그림의 해석에서 자기와 자기 대상의 요소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하여 코훗의 자기 이론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코훗은 자기(self)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하였는데, 그 첫 번째는  "아동이 과시적이고 웅대한 욕구"이다. 이러한 자기가 적절히 발달하기 위해서는 공감적 자기 대상에 의해 자기가 존중되고 인정되어야 한다. 아동이 점차 성숙해 감에 따라 과시적이고 웅대한 욕구는 건강한 자존감과 야심, 주장성으로 발전된다. 자기의 두 번째 부분은 "이상화하고 싶은 욕구"로 구성되는데, 아동은 자신이 이상화할 수 있고, 자신이 고통스러울 때 힘과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강력한 자기 대상을 필요로 한다. 적절한 발달이 이루어지면 이 기능은 자기 안정화 능력, 그리고 자기 대상의 가치와 이상을 채택하는 것으로 내면화된다. 자기의 세 번째 부분은  "대체자아 혹은 쌍둥이 욕구"라고 불리는 요소로, 자기 자신을 타인과 유사하다고 느끼고 싶은 욕구, 즉 다른 사람과의 신체 접촉에 대한 욕구로 구성된다. 이것이 적절하게 발달되면 공감적 자기 대상과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재능과 재주를 발전시키는 자기로 성숙해 가게 된다.

 

- 르보위츠는 투사적 그림을 통해 상술한 세 가지 부분의 자기를 알 수 있다고 보았다. 투사적 그림은 성숙한 자기를 나타내줄 수 있고, 자기 대상이 비공감적이었기 때문에 생겨난 발달적 결함이나 결핍의 현상을 드러내줄 수도 있다. 혹은 반영이 불충분했거나, 이상화할 만한 자기 대상이 없었거나, 친밀한 관계를 충분히 맺지 못했거나 하는 등으로 인해 생겨난 자기 분열과 이후의 인지적 · 정서적 · 행동적 결함을 반영해 줄 수도 있다. 

3. 현상학적 관점

- 아동의 그림에 대하여 어른들의 일방적인 해석 기준을 적용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아동의 관점에서 그림에 접근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여러 다양한 의미들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림이 그려진 맥락, 아동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입각하여 아동의 그림에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이를 강조한 것이 바로 현상학적 접근이다. 

현상학적 접근의 첫 번째 단계는  '모른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아동이 그림에서 표현하는 것은 형태나 내용, 양식에 있어서 어느 정도 공통점을 지니게 마련이지만,  '모른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표현의 주체로서 아동을 한 개인으로 존중해 주고 아동의 그림 표현이 여러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도록 해준다. 검사자가 그림에 나타난 이미지를 범주화하거나 내용이 지니는 의미를 기존의 해석 목록에 맞추어 설명하고자 한다면 아동의 다면적 측면이나 아동이 그림에 표현한 개인적 의미들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잘못 이해되거나 혹은 무시되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 현상학적 접근의 두 번째 단계는 아동의 그림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발닥적 측면들, 즉 인지적 능력이나 정서발달, 대인관계기술, 그리고 신체발달 등의 측면들을 고려하는 것이다. 아동은 그림을 자신의 내적 경험이나 내적 지각을 통합시키는 수단으로써 뿐만 아니라 외부 세계에 대한 경험을 내면의 자기와 연결시키는 통로로 사용함으로써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과 타인, 환경, 더 나아가 사회와의 관계를 발견하고 확증해 나간다. 따라서 아동의 그림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게 되고, 이러한 의미의 다중성으로 인해 검사자에게는 아동의 독특한 경험을 여러 관점에서 접근해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아동의 그림은 종종 기계적으로 해석되고 심지어는 단일한 심리학적 관점이나 이론에 의해 의미가 왜곡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동이 X-ray 사진처럼 위장의 속이 다 들여다보이도록 물고기를 그렸을 경우,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는 잡아먹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어떤 대상을 먹어치우고 싶은 잠재적 욕구로 해석할 수 있다. 인지적 접근에서는 그러한 그림을 그리게 된 사고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그림과 관련하여 최근에 아동이 보거나 들은 내용이 없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또 다른 접근법에서는 비유의 개념을 중시하여 그림에 나타난 이미지를, 자연의 원형적 이미지나 우주적 주제 혹은 존재론적 딜레마의 표상과 같은 상징적 이야기가 펼쳐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모든 접근방법은 개인의 그림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데 각각 중요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아동의 투사적 그림검사와 그 해석체계들에는 문제점이 내재하긴 하지만, 어떠한 이론도 완전히 그릇된 것은 없으며, 각각의 해석 체계는 아동의 그림 작업을 이해하는 데 있어 유용한 해석 틀을 제공해 준다. 단, 특정한 접근 방식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신중함이 요구되며, 검사자는 각 해석체계가 아동의 그림 표현에 대한 하나의 관점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현상학적인 관점으로 아동의 그림을 바라본다는 것은 또한, 각각의 아동이 그림에 접근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고, 그림 표현에 있어서 색채나 형태, 구성 등의 요소에 대한 개개인의 선호도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기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색채에 대한 선호가 있고, 그리고 싶어 하는 특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그림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구성 양식이나 다른 특징들을 지니고 있다. 한편, 아동의 그림을 독특한 개인의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에는 검사자 자신이 개인적으로 아동의 그림에서 어떤 이미지에 특히 마음이 끌렸는지, 또는 어떤 이미지에 강하게 반응하게 되고, 어떤 이미지에는 그렇지 않은지, 그리고 어떤 아동의 그림에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지를 깨닫고 이해하는 것 또한 포함된다. 검사자 자신의 이러한 미적 반응은 아동의 그림을 판단하고 해석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4. 사회학적 관점

- 데니스(Dennis, 1966)는 투사적 그림검사에 대한 횡문화적 조사 연구들을 통해 그림에는 사회문화적 가치와 선호도가 반영된다고 하는 사회학적 관점을 제안하였다. 사회문화적 요인은 그림에 대한 아동의 동기나 태도 혹은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술적 표현에 대해, 그리고 어른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가정에서 혹은 문화적으로 어떠한 태도를 교육받았느냐에 따라, 지시에 따른 그림 그리기를 선호할 수도 있고 자발적인 그림 그리기를 선호할 수도 있다. 혹은 표현의 발달 수준이 문화권에 따라 상대적으로 차이가 날 수도 있는데, 특정 문화권에서는 공손하고 예의 바르다고 생각되는 태도나 그림의 내용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수줍고 위축된 모습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인종이나 민족성, 사회경제적인 지위, 종교 등의 요인이 그림에 대한 아동의 동기나 태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적인 연구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긴 하지만, 이러한 요인들이 아동의 그림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검사자나 치료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그림을 통한 아동의 진단과 이해"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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