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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변화의 심리적 과정 본문
- 성격은 변화한다. 성격의 기본적 특질인 5 요인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변화한다. 성격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내재적 성숙과정과 생활사건을 겪으면서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그렇다면 성격의 변화는 어떤 심리적 과정을 통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성격의 변화는 환경에 적합하도록 자신을 변화시키는 순응 과정을 통해서 일어난다. 인간은 환경을 자신의 성격에 맞도록 동화시키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성격의 자기 영속화 방략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예컨대, 매우 내향적인 사람이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는 영업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경우처럼, 자신의 성격과 일치하지 않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는 외상 사건의 경우처럼, 개인의 자기 개념이나 신념체계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는 충격적인 사건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개인은 심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이러한 고통이 극심하거나 장기화될 경우에는 다양한 형태의 정신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정신장애는 개인의 성격과 환경 간의 갈등에 의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환경에 대한 적응 실패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은 자신을 변화시킴으로써 성격과 환경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성격변화는 이러한 순응 과정을 통해서 일어나게 된다.
- 성격의 변화 가능성은 성격의 수준과 구성요소에 따라 다르다. 성격의 5 요인과 같은 기본적인 성격특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내향적인 성격이 단기간에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성격의 좀 더 세부적인 구성요소, 즉 개인적 신념, 사고방식, 습관, 대처행동, 대인기술 등은 변화가 좀 더 용이하다. 예컨대, 수줍음으로 대인관계를 회피하던 사람이 꾸준한 노력과 주변 사람의 도움을 통해서 대인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 수줍은 성격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과 심한 불안 없이 자연스럽게 대인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면, 커다란 성격적 변화하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성격변화는 성격의 수준과 구성 요소에 따라 다양한 심리적 기제를 통해 일어날 수 있다.
1. 부정적 생활사건에 의한 비자발적 성격변화
- 인생에서 경험하게 되는 주요한 생활사건들은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커다란 충격을 주는 부정적인 생활사건들은 자기관과 인생관을 뒤흔들어 성격을 변화시킨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성격과 생활사건은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격이 부정적 생활사건을 초래할 수도 있고, 부정적 생활사건이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한 부정적 생활사건에 대처하는 방식 역시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르다. 부정적 생활사건이 성격을 변화시킨다면, 과연 어떤 심리적 과정을 통해서 성격변화를 유발하는 것일까?
(1) 외상으로 인한 성격적 변화과정
- 외상경험은 성격이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 충격적인 부정적 생활사건, 즉 외상은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으로서 개인의 성격에 커다란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외상은 그 유발요인에 따라 강간, 폭행, 강도, 살인, 유괴, 납치와 같은 폭력적 범죄,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관계 상실, 비행기 추락, 건물 붕괴, 화학 물질 유출, 원자로 파괴와 같은 기술적 재해 그리고 지진, 해일, 산사태, 화산폭발과 같은 자연재해로 구분될 수 있다. 단 한 번의 충격적 사건으로 인해 커다란 심리적 상처를 입히는 일회적 외상과 아동학대나 성폭행의 경우처럼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 반복적으로 상처를 입히는 반복적 외상으로 구분될 수 있다.
- 외상경험은 매우 충격적인 것이기 때문에 심리적 부적응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외상으로 인한 부정응 상태가 바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외상 사건을 경험한 후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유형의 심리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그 첫째는 침투증상으로서 외상 사건과 관련된 기억이나 감정이 자꾸 의식에 침투하여 재경험되는 것을 말한다. 즉, 과거가 현재 속으로 끊임없이 침습하는 것이다. 외상 사건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이 자꾸 떠오르거나 꿈에 나타나기도 한다. 둘째, 외상 사건과 관련된 자극을 회피한다. 외상 사건의 재경험이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기억, 생각, 감정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외상 사건과 관련된 생각이나 대화를 피할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사람이나 장소를 회피한다. 셋째, 외상 사건과 관련된 인지와 감정에 있어서 부정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예컨대, 외상 사건의 중요한 일부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외상 사건의 원인이나 결과를 왜곡하여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이나 타인을 책망한다. 마지막으로, 각성과 반응성의 현저한 변화가 나타난다. 평소에도 늘 과민하며 주의집중을 잘하지 못하고 사소한 자극에 크게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 사소한 일에도 크게 짜증을 내거나 분노를 폭발하기도 한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거나 쉽게 잘 깨는 등 수면의 곤란을 나타낸다. 이러한 네 가지 유형의 증상들이 1개월 이상 나타나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게 될 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된다.
- 외상은 충격적 사건으로 인한 심리적 상처로서 개인의 삶에 지속적인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 Horowitz(1976, 1986)는 외상경험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인지적으로 처리되어 기존의 사고체계에 통합되는지를 설명하는 스트레스 반응 이론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외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다섯 단계의 심리적 과정을 겪는다.
그 첫째는 절규단계로서 외상 피해자는 심한 충격 속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 외상 피해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외상사건을 기존의 신념체계에 통합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외상 사건은 기존의 신념과 불일치하는 많은 양의 내적·외적 정보를 던져 줄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경험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인지체계에 의해 잘 수용되지 않는다. 피해자는 수용할 수 없는 외상경험으로 인해 심한 고통과 불안을 겪게 되면서 방어기제를 통해서 자신의 외상경험을 부인하거나 억압하게 된다.
둘째, 회피단계에서는 외상경험을 떠올리는 모든 자극을 회피하려 할 뿐만 아니라 외상 사건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새로운 사건의 경험을 기존의 사고체계에 통합하려는 인지적 경향성으로 인해서 외상기억이 수시로 의식에 침투하게 된다. 플래시백이나 악몽과 같은 침투증상은 인지적으로 처리되지 못한 외상경험이 원래의 형태로 활성화된 채 의식에 침투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동요단계에서는 외상 정보가 기존의 인지체계에 통합되지 못한 채 회피 증상과 침투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동요단계에서 나타나는 부적응 상태를 의미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넷째, 전이단계에서는 시간이 흐르거나 외상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부적응 상태가 완화되고 외상경험에 대한 이해가 증가된다. 외상 정보가 조금씩 인지적으로 처리되면서 기존의 신념체계와의 통합이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통합단계로서 외상경험의 의미가 충분히 탐색되어 기존의 신념체계에 통합된다. 그 결과로써 비교적 담담하게 외상경험을 회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신념체계가 더욱 확대되고 정교해짐으로써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확장된 안목을 가지게 된다.
- 스트레스 반응이론은 외상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 성격의 변화에 이르는 심리적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충격적인 외상 사건은 개인의 신념체계와의 심각한 불일치로 인해 고통과 혼란을 야기한다. 이러한 고통과 혼란 속에서 점진적으로 외상경험을 기존의 신념체계와 통합시키려는 노력이 이루어진다. 외상경험의 통합을 통해 개인이 신념체계가 변화함으로써 성격 역시 변화하게 된다. 충격적인 외상경험의 유형과 강도, 그리고 외상경험이 신념체계로 통합되는 넓이와 깊이에 따라 성격변화의 정도와 수준이 달라진다.
(2) 신념과 대처방식의 변화
- 외상 사건은 개인이 자신과 세상에 대해서 지니고 있는 신념과 믿음을 통째로 파괴하기 때문에 심한 고통과 혼란을 유발한다. 개인의 신념과 기대가 현실의 사건을 통해서 무참하게 무너질 때 심한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Janoff - Bulman(1989, 1992)은 외상 사건이 심리적 혼란을 유발하는 심리적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박살 난 가정 이론을 제시했다. 그녀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외상 사건으로 인한 신념체계의 파괴에 기인한다.
- 특히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기본적 신념을 지닌 사람들이 외상 사건을 경험한 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심하게 겪을 수 있다. 그 첫째는 세상의 우호성에 대한 신념으로서 "세상은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이다.", "사람들은 따뜻하고 우호적이다."와 같은 믿음이다. 둘째는 세상의 합리성에 대한 신념으로서 그 예로는 "세상은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공정한 곳이다.", "모든 일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예측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신념으로서 "나는 소중한 존재다." , "나는 무가치하게 희생되지 않을 것이다."와 같은 믿음이다.
- 외상 경험은 이러한 신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그 근간을 흔들며 파괴함으로써 심각한 혼란과 무기력감을 유발하게 된다. 외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러한 혼란과 고통 속에서 자신의 신념체계와 외상경험의 점진적인 통합을 이루어 내는 과정에서 신념체계와 성격의 변화를 나타낼 수 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과 정보들이 서서히 통합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신념체계가 변화하게 된다. 현실을 고려하여 좀 더 유연하고 폭넓은 신념체계로 변화하게 되고, 그로 인해 성격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그 결과, 과거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정보들을 담담히 수용하게 될 뿐만 아니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에 과거와는 다른 인지적·정서적·행동적 반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외상경험으로 인한 신념체계와 대처방식의 변화는 성격의 변화를 유발하게 된다.
2. 역경 후 성장
-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말이 있듯이, 외상경험은 고통스럽지만 심리적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외상 사건을 통해서 심한 고통을 겪으며 부적응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외상경험으로 인해서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부정적 신념을 강화하여 더욱 위축된 부적응적인 삶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외상경험이 항상 부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외상은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이지만 인간을 성장시키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외상과 같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잘 극복하면 심리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
- 최근에 심리학자들은 역경과 시련의 경험을 통해서 오히려 심리적 성장이 일어나는 과정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Tedeschi와 Calhoun(1996, 2004)은 외상 후 성장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인간이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매우 도전적인 상황에 투쟁한 결과로써 얻게 되는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라고 정의했다. Linley와 Joseph(2004)은 역경적 성장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으며, Fazio와 Fazio(2005)는 9·11 테러의 유가족들이 겪은 심리적 경험과 회복과정을 연구하면서 이들의 성장과정을 '상실과 역경을 통한 성장'이라고 명명했다. 국내에서도 임선영(2013)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과 같은 관계상실의 사건을 경험한 후에 나타나는 심리적 성장과정을 연구하면서 '역경 후 성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바 있다. 역경은 외상뿐 만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부정적 생활사건을 포함하는 포괄적 용어이므로 여기에서는 역경 후 성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 역경 후 성장은 고통과 혼란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를 의미한다. 여러 연구자들은 역경 후 성장과정에서 세 영역의 긍정적 변화, 즉 자기와 세상에 대한 관점의 변화, 대인관계의 변화, 삶에 대한 철학적 인식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에 합의하고 있다.
첫째, 역경 후 성장과정에서 자신과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의 변화가 일어난다. 역경이나 외상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세상에 대한 위험과 스스로의 취약성을 인식하는 동시에 자신과 세상에 대한 비현실적인 지각과 신념을 수정하게 된다. 더불어 역경으로 인해 상당한 고통과 혼란에 놓였다가 이를 견디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잠재력과 강점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통제감이 증가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개인은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강점을 발견함으로써 균형 잡힌 자기상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해 더욱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둘째, 대인관계의 변화가 나타난다. 충격적이고 예상치 못했던 위기에 빠지게 되면 현재까지의 관계경험에서도 많은 변화가 초래된다. 특히 사랑했던 사람의 사망과 같은 관계상실의 역경사건은 관계의 단절이라는 극단적인 변화를 직접적으로 초래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파생되는 관계에서의 변화가 더 두드러지게 된다.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도움을 청하거나 자기 공개를 하고 주변의 지지와 도움을 경험함으로써 관계의 중요성과 친밀감이 더욱 증가하게 된다. 또한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통해 다른 사람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뿐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감사와 이타적 태도가 증가하는 긍정적 변화를 나타내게 된다.
마지막으로, 삶의 철학에서의 변화가 나타난다. 인생의 위기와 역경에 직면한 사람들은 종종 신에 대한 분노 또는 자신의 운명과 인생 전반에 대한 회의와 절망을 경험하곤 한다. 종교를 가진 사람이든 아니든 역경을 경험하게 되면 심한 혼란과 좌절에 빠져 초월적 존재를 원망하거나 그러한 존재에 의지하며 매달리는 모습을 나타낸다. Calhoun과 Tedeschi(1999)는 역경으로 인한 충격과 스트레스가 클수록 실존적·영적 변화를 이끌어 낼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요한 관계에서의 상실경험을 인간의 운명,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과 같은 실존적·철학적 물음을 직접적으로 던지기 때문에 인생관 전반에서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인생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제한된 시간 동안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함으로써 더 나은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게 된다. 역경을 통해 성장한 사람들은 대체로 삶의 의미에 있어서 우선순위가 바뀌고 작은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뿐만 아니라, 영적인 면에서 신의 존재를 느끼거나 종교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지는 변화를 나타낸다.
◆"인간 이해를 위한 성격심리학"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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