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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의 심리사회적 발달 본문
- 청년기는 아동기를 지나서 성적 발육이 활발하게 나타나는 시기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직업을 탐색하는 시기까지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청년기는 청년전기와 청년후기로 구분된다. 청년전기는 청소년기라고 불리기도 하며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13~18세의 기간을 의미한다. 청년후기는 대학교에 재학하는 시기로서 19~25세에 해당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를 포함한다. 청년기는 '질풍과 노도의 시기'라는 말이 있듯이,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변화가 급증하는 발달단계로서 성격발달에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 신체적 변화와 신체상
- 청년전기의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급격한 신체적 성장이 이루어진다. 청년전기는 제2의 신체발육 급증기로서 성인이 된 후 키의 90%가 이 시기에 자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사춘기에는 성호르몬의 분비와 함께 성적 발육이 시작된다. 여자의 경우, 유방의 발육이 가장 먼저 시작되고 이어서 음모가 자라기 시작하며 월경이 나타난다. 남자의 경우, 고환의 발육이 먼저 시작되고 음모가 자라며 음경이 커지고 변성이 나타난다.
- 신체상(body image)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감각, 정서, 태도를 포함하는 정신적 표상을 의미한다. 사춘기의 성장이 이루어지는 동안 청소년은 자신의 신체적 변화에 큰 관심을 보이며 신체상을 형성하게 된다. 청소년기에는 신체상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으며 긍정적인 신체상은 학업성취도나 심리적 행복감과 정적인 상관을 지닌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부모의 평가도 청소년의 신체상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기에 시작된 신체상에 대한 관심과 불만은 성인기에도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사춘기의 신체적 변화는 여러 가지 심리적 변화를 수반한다. 사춘기의 성적 성숙이 이루어지면서 청소년이 자신의 신체와 성적 발육이 또래집단과 다르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낄 때 심리적 부적응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성숙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청소년과 지나치게 느린 청소년은 심리적 부적응을 경험할 수 있다.
- 청소년의 신체적 ·성적 성숙이 적응과 성격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에 따라 다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남자의 경우, 조기성숙은 긍정적 신체상을 증대하며 사회적 적응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늦게 성숙한 남자는 불안하고 안정감이 없으며 사회적으로 부적절감과 열등감이 높은 경향이 있다. 한편, 청소년기에 조기성숙을 한 여자는 문제행동을 나타내는 경향이 높으며 이성관계를 빨리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흡연, 음주, 섭식장애 등의 비율이 높으며 부모로부터 독립을 원하고 성적 경험이 빨리 시작되지만 교육적 ·직업적 성취는 낮은 경향을 나타낸다. 조기 성숙과 적응도의 성차에 대한 연구들은 상반된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사춘기에 조기 성숙을 나타내는 남자는 자기 통제력이 약하고 음주, 흡연, 마약 등에 쉽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나 여자의 경우에는 조숙한 사람들이 30대에 더 자기도주적이고 사회적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며 적응해 나간다는 보고가 있다.
2. 청년기의 사회인지적 특성
- 인지발달단계에서 형식적 조작기에 해당하는 청년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게 되면서 자신의 생각과 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시기의 청년들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이며 우주의 중심이라는 강한 자의식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청년기 특유의 사회인지적 특성을 청년기의 자아중심성(adolescent egocentrism)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자아중심성은 청년기의 발달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발달적 현상으로 다양한 대인관계 경험을 통해 자신과 타인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가 이우어지면서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 Elkind(1978)는 청년기의 자아중심성에서 나타나는 특성으로 개인적 신화와 상상적 청중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적 신화는 청년들이 자신은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이므로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세계는 다른 사람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믿음을 의미한다. 청년들은 자신의 우정이나 사랑을 다른 사람은 경험하지 못하는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며, 다른 사람이 경험하는 죽음, 위험, 위기가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개인적 신화는 이처럼 청년들이 나타내는 자신의 독특성에 대한 비현실적인 관념을 뜻한다. 청년기의 개인적 신화는 청년기 이상주의와 관련되며 긍정적인 순기능을 지니기도 한다. 청년들은 자신의 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를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가 이루지 못한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이를 행동으로 옮긴다. 청년들이 빈곤퇴치, 환경운동, 시민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개인적 신화는 청년들에게 자신감과 위안을 부여하는 측면도 있으나, 지나칠 경우에는 자기 존재의 영속성과 불멸성을 믿음으로써 과격한 행동을 나타낼 위험이 있다. 청년들이 흔히 음주운전, 폭주, 성문란, 마약 등과 같은 파괴적 행동을 범하는 것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에서 그러한 행동이 초래할 부정적인 결과를 무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 상상적 청중(imaginary audience)은 청년기의 과장된 자의식으로 인해 자신이 타인의 집중적인 관심과 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믿음을 뜻한다. 청년들은 상상적 청중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타인이 눈치채지 못하는 작은 실수로 고민하게 된다. 상상적 청중을 의식하는 정도가 높을수록 부정적인 자기 개념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으며 낮은 자기 존중감을 지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상상적 청중은 대인관계에 대한 과도한 예민성이나 사회적 기술의 부족과도 관련될 수 있다.
3. 청년기의 자기 개념과 자기 존중감
- 청년기에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수 있는 형식적 조작사고의 발달로 인해 자기인지 역시 정교해진다. 청년기의 자기 개념은 운동능력, 외모, 학업능력, 직업적 유능성, 교우관계, 사회적 수용도, 이성으로서의 매력, 행동적 활동성과 같은 다양한 영역으로 세분화된다. 청년기에는 이처럼 다양하게 세분화된 자기 영역에서 서로 상반되는 평가를 통해 갈등과 혼란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자기 영역을 일관성 있는 자기 개념으로 통합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자기 개념의 혼란을 가장 많이 느끼는 시기는 15~16세 경이며 18~19세에 들어서면 자기 통합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 청년기에는 이상적 자기와 가능한 자기가 자기 개념의 새로운 차원으로 등장하여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이상적 자기(ideal self)는 자신이 원하는 최고 상태의 자기를 의미하며 청년기의 개인적 신화와 관련해서 비현실적으로 높은 이상을 지니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상적 자기는 현실적 자기(actual self)와 괴리를 유발할 수 있다. 현실적 자기와 이상적 자기의 적절한 괴리는 성취동기를 강화할 수 있지만 괴리가 지나치면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심리적 부적응을 유발할 수 있다.
- 가능한 자기(possible self)는 자신이 미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자기의 최고상태를 뜻한다. 가능한 자기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뜻하는 반면, 이상적 자기는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꿈은 크지만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는 청년의 경우, 이상적 자기는 높지만 가능한 자기는 낮은 상태로서 좌절감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청소년들이 가능한 자기에 과도하게 몰입하게 되면 거짓 자기를 형성할 수 있다. 거짓자기(false self)는 청소년들이 미래에 꿈꾸는 자기의 모습을 마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인 것처럼 잘못 생각하며 행동하는 현상을 뜻한다. 거짓 자기는 청소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현실과의 괴리가 심하면 부적응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 청년기의 자기 존중감은 자신이 자기 개념의 하위영역에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기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자기 평가는 청년이 중요성을 부여하는 타인들이 자신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하는지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청년기의 자기 존중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타인은 또래집단과 학급동료들이다. 이들이 영향은 부모보다 더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부모의 기대 역시 청년기의 자기 존중감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청년기의 낮은 자기 존중감이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과정에는 또래의 요구뿐만 아니라 부모의 기대가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자기 존중감이 낮은 청소년에 대해서 부모의 기대가 계속적으로 높은 경우에, 청소년은 심한 무력감을 느끼면서 우울증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부모와 또래집단의 따뜻한 지지와 격려는 이러한 청소년을 낮은 자기 존중감으로부터 회복시킬 수 있다.
4. 자아정체성의 형성
- 청년기 발달의 핵심은 자아정체성(ego identity)의 형성이라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청년기에는 서로 상반되는 자기의 다양한 모습으로 인해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혼란을 경험하는 정체성 위기(identity crisis)를 겪게 된다.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고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통합된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청년기의 중요한 발달적 과제다. 정체성 위기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청년기에는 생물학적인 변화로 인해서 성적인 욕구가 강해지는 반면에 도덕과 윤리에 대한 사회적 압력도 강화되면서 자기 존재에 대한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성인으로서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와 두려움을 통해서 자기 존재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부각될 수 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추구해 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긍정적인 자기 평가와 부정적인 자기 평가 간의 갈등 및 혼란이 정체성 위기로 나타난다.
- 청년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발견하면서 서서히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청년기의 정체성 위기는 다음의 세 가지 목표가 달성될 때 극복된다. 첫째는 자신에 대한 인식의 연속성과 동질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정체성 탐색 과정에서 청년들은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반추하고 그 결과를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는 데 연결함으로써 과거의 자신과 현제의 자신 간의 연속성을 바탕으로 미래의 가능한 자신의 모습을 탐색하게 된다. 둘째는 상이한 관점과 시각에서 서로 달리 판단될 수 있는 자기의 여러 측면을 일관성 있는 하나의 자기 체계로 통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통합은 다양한 역할이 서로 얽혀 있는 사회적 맥락에서 생활해야 하는 성인기 삶을 준비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셋째는 자신의 독특성이나 특수성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청년기에는 부모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는 동시에 부모를 비롯한 타인들로부터 인정과 지지를 얻기 위해 그들에게 동조해야 한다는 압력을 느낀다. 청년들은 독립과 동조라는 두 요구를 통합하면서 자신의 독특성을 탐색함으로써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이때 독특성의 확립에 실패하면 또래집단에 지나치게 동일시하거나 사회적 고정관념에 맹종하는 부적응적인 정체성을 초래하게 된다.
- Marcia는 청년기의 정체성 위기에 대처하는 양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자아정체성 지위 이론을 제시했다. 자아정체성 지위(ego - identity status)는 청년들이 정체성 위기를 극복하고 나름대로 발달시킨 정체성 수준의 개인차를 의미한다. 그녀에 따르면, 자아정체성 지위는 정체성 탐색의 경험 여부와 정체성 과제에 대한 헌신 여부의 두 차원에 의해서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정체성 탐색(exploration)이란 자신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여러 가지 대안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을 뜻하며, 정체성 과제에 대한 헌신(commitment)은 자심이 선택한 정체성과 관련된 역할과 과업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정체성 성취( identity achievement)는 삶의 목표, 가치, 직업, 인간관계 등에서 위기를 경험하고 충분히 대안을 탐색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바람직한 경우를 뜻한다. 이러한 유형의 청년들은 부모를 포함한 인간관계가 현실적이고 안정되어 있으며 자기 존중감과 스트레스에 대한 정항력도 높다.
- 정체성 유실(identity foreclosure)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충분한 탐색 없이 지나치게 빨리 정체성을 결정해 버린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청년들은 정체성의 위기와 탐색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은 채로 자기 삶의 목표를 확립하고 몰입한다. 흔히 부모가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직업과 목표를 대안적 가능성의 검토 없이 받아들이고 이에 몰두하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청년기를 매우 안정적으로 보내는 듯이 보이지만 성인기에 뒤늦게 정체성 위기를 경험하는 경우가 흔하다.
- 정체성 유예(identity moratorium)는 삶의 목표와 가치에 대해 회의하고 대안을 탐색하지만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불확실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과제에 헌신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청년들은 오랜 기간의 불안정한 상태에서 가장 신중하게 정체성을 탐색하며, 시간이 흐르면서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정체성 유예는 정체성 성취에 도달하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서 정체성 유실이나 혼미보다 적응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 정체성 혼미(identity diffusion)는 삶의 목표와 가치를 탐색하는 시도를 나타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추진하려는 욕구가 낮은 경우를 뜻한다. 이러한 청년들은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불안정하고 자기 존중감이 낮으며 혼돈과 공허감을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 정체성 혼미는 청년 초기에 흔히 나타나지만 일정한 직업을 얻지 못한 성인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5. 청년기의 부모 ㅡ 자녀 관계
- 청년기에는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난다. 청년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독립과 의존의 갈등을 겪게 된다. 청년기의 자녀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자율적인 존재로 생활하기를 원하는 동시에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하고자 하는 양가적 동기를 지닌다. 부모 역시 청년기의 자녀를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동시에 자녀가 좀 더 독립적으로 행동하여 양육의 부담을 덜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심리적 상태를 지닌 청년기 자녀와 부모의 관계는 아동기의 부모-자녀 관계와 질적으로 매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낸다.
- 청년기의 자녀는 신체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에게 체벌을 가하거나 통제하는 데에 한계를 지닌다. 또한 형식적 조작사고가 가능한 청년들은 부모가 설정한 규칙이나 가치관에 대해서 모순을 발견하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부모의 권위에 도전한다. 이러한 청년기 자녀의 비판이나 도전에 대해서 부모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분노로 반응하게 되면, 부모와 자녀의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 일반적으로 청년기에 나타나는 자녀와 부모 간의 갈등은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증가한다. 사춘기 자녀와 부모의 갈등은 학교성적, 친구문제, 귀가시간, 용돈 사용, 부모에 대한 불복종, 형제와의 갈등, 청결, 정리정돈, 자질구레한 집안일 등과 같은 일상적인 일에 관해서 생겨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은 독립하고자 하는 자녀의 욕구와 통제를 지속하려는 부모의 욕구 간의 충돌로 이해될 수 있다. 청년기에 악화되는 이러한 갈등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부모와 자녀 관계가 적대적이거나 서로에게 무관심한 상태로 진전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청년기의 자녀가 부모와 겪는 갈등은 청년 초기에 심화되고 청년 중기에 완화되다가 청년 후기에 해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인간의 이해를 위한 성격심리학"에서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