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과 행복

- 성격은 행복과도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성격은 인간관계와 직업적 활동을 비롯하여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심리적 · 환경적 요인들을 조사한 긍정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성격은 개인의 행복을 예측하는 강력한 요인이다. 

1. 주관적 안녕으로서의 행복

-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대다수 긍정심리학자들은 안락주의(hedonism)의 행복관에 근거하여 행복을 주관적 안녕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연구한다. 주관적 안녕(subjective well-being)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높은 긍정 정서와 낮은 부정 정서를 경험하는 심리적 상태로 정의된다. 주관적 안녕은 인지적 요소와 정서적 요소로 구분될 수 있다. 인지적 요소는 개인이 나름대로의 기준과 비교하여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의식적이고 인지적인 판단을 의미하며 삶의 만족도라고 지칭된다. 주관적 안녕의 정서적 요소는 긍정 정서와 부정 정서를 말한다. 긍정 정서와 부정 정서는 서로 연관되어 있으나 상당히 독립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주관적 안녕의 구성요소를 좀 더 자세하게 제시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주관적 안녕의 요소들》

긍정 정서	부정 정서	삶의 만족도	만족의 영역
즐거움 고양된 기분 만족 자긍심 애정 행복감 환희	죄책감과 수치심 슬픔 불안과 걱정 분노 스트레스 우울감 질투	삶의 변화에 대한 욕구 현재 삶에 대한 만족 과거 삶에 대한 만족 미래에 대한 만족 자신의 삶에 대한 중요한 타인의 견해	일과 직업 가족 여가 건강 재정상태 자기 소속집단

2.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 개인의 행복은 매우 다양한 개인적 · 환경적 요인들과 관련되어 있다. 어떤 심리적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 행복할까? 행복도가 높은 사람들은 어떤 환경적 특성을 지니고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긍정심리학자들은 주관적 안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시행했다. 그 주요한 결과들을 요약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주관적 안녕과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다양한 요인》

낮은 상관	중간 정도의 상관	높은 상관
나이 성별 교육수준 사회계층 수입액 자녀유무 종족(다수집단 대 소수집단) 지능수준 신체적 매력도	결혼 종교 여가활동 친구의 수 신체적 건강 성실성 외향성 정서적 안정성 내적 통제소재	낙관성 자존감 직업만족도 성적 활동의 빈도 긍정 감정의 경험빈도 행복척도의 검사-재검사 신뢰도 일란성 쌍둥이의 행복도 감사경험

3.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성격특질

- 주관적 안녕에는 인구사회학적 요인들보다 심리적 또는 성격적 요인들이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Andrews와 Withey(1976)는 주관적 안녕의 약 10%는 인구학적 특성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Diener(1984)와 Argyle(1999)은 주관적 안녕에 대한 인구사회학적 요인들의 설명량을 15~20% 정도로 더 높게 추정했다. 반면에 개인의 성격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자신과 환경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행복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 성격 5 요인과 주관적인 안녕

- 성격과 주관적 안녕의 관계에 대해서는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많은 실증적 연구에서 나타난 성격과 주관적 안녕의 상관관계는 상당한 차이를 나타냈다. 이러한 차이는 주관적 안녕에 대한 정의뿐만 아니라 연구에서 사용한 표집과 측정도구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Steel, Schmidt와 Shultz(2008)는 성격 5 요인과 주관적 안녕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서 그동안 이루어진 249개의 연구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각 연구에서 사용한 측정도구에 근거하여 주관적 안녕의 6개 측면을 구분하여 다음과 같은 자료에 대한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① 행복(happiness): Oxford 행복척도 등을 사용한 6개 연구(621명)

② 삶의 만족도(life satisfaction): 삶의 만족척도 등을 사용한 36개 연구(9277명)

③ 긍정 정서(positive affect): PANAS 등을 사용한 57개 연구(11788명)

④ 부정 정서(negative affect): PANAS 등을 사용한 73개 연구(16764명)

⑤ 전반적 정서(overall affect): PANAS 등을 사용한 15개 연구(3859명)

⑥ 삶의 질(quality of life): 심리적 웰빙 척도 등을 사용한 5개 연구(967명)

 

- 신경과민성과 외향성은 주관적 안녕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성격요인으로 나타났다. 외향성은 주관적 안녕과 정적 관계를 지니는 반면, 신경과민성은 주관적 안녕과 부적 관계를 나타냈다. 그러나 개방성, 우호성, 성실성은 주관적 안녕의 일부 측면과 유의미하지만 미약한 관계를 나타냈다. 성격 5 요인은 주관적 안녕의 6개 측면에 따라 약간씩 다른 관계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행복의 경우는 성격 5 요인 모두를 통해서 변량의 36%를 예측할 수 있었다. 반면에 인지적 평가요인이 많이 개입되는 삶의 만족도에서는 성격 5 요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변량을 설명했다. 그러나 심리적 안녕을 반영하는 삶의 질에서는 성격 5 요인이 39%의 변량을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외향성

- 외향성은 주관적 안녕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성격변인으로 알려져 있다. 외향성은 사교적이고 자기주장을 잘하며 긍정 정서를 잘 느끼는 성격특질을 뜻한다. 이러한 외향성과 주관적 안녕과의 관계는 잘 입증되었으나 상관관계의 크기는 연구참여자와 측정도구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존재한다. 외향성은 어떻게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연구자들은 외향성의 구성요소인 사교성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친구가 많을수록 행복도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와 관련하여, 사교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기회가 많고 그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얻게 되므로 행복도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일부의 연구에 따르면, 외향적인 사람들이 내향적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다른 사람과 함께 보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혼자 시간을 보낼 때에도 내향적인 사람들보다 행복도를 높게 보고했다.

 

- 외향적인 사람들은 왜 더 행복하다고 보고하는 것일까? 일부 연구자들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긍정적 정서성향, 즉 긍정적 보상에 대한 민감성을 타고나서 긍정적 사건에 더 강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사건들은 긍정적으로 기억하고 나중에 긍정적인 것으로 회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교적인 상황을 편안하고 즐거운 것으로 느끼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만족스러운 일들이 생겨난다고 여기기 때문에 더 높은 행복감을 보고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외향적인 사람들이 내향적인 사람들보다 행복도가 높다는 것은 신중하게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외향형과 내향형은 행복을 경험하는 맥락, 행복 관련 정서와 가치 그리고 쾌락적 행복과 자기실현적 행복의 추구에 있어서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외향적인 사람일수록 대인관계나 여가활동에서 유쾌, 황홀, 애정, 자부심을 높게 경험하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안락정서를 높게 경험했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임무를 빠르게 수행하기를 즐기고 명예나 물질과 같은 보상을 추구하기를 즐기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사회적 보상보다 자기이해나 자기 성장에 깊은 관심을 지니며 신중한 태도로 인해서 느리지만 더 정확한 일처리를 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외향형과 내향형이 각가 추구하는 행복의 유형, 즉 긍정 정서의 내용,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 행복감을 느끼는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준다.

  (3) 신경과민성

- 신경과민성은 주관적 안녕과 부적 상관을 지니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었다. 신경과민성은 불안, 분노, 우울과 같은 부정 정서를 잘 느끼는 성격 특성으로서 주관적 안녕 수준을 저하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신경과민성이 높은 사람들은 부정 정서를 잘 느끼고 그러한 정서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괴로움과 불행감을 더 많이 느낀다. 신경과민성이 높은 사람들은 더 많은 스트레스 요인을 보고할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서 더 강한 부정 정서를 느낀다. 또한 이들은 부정적 사건과 문제들을 자초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가족관계를 비롯한 인간관계에서 갈등과 불화를 많이 겪는다.

  (4) 기타의 성격요인

- 다양한 성격특성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성격 5 요인 외에도 낙관성, 자기 존중감, 통제감, 통제소재와 같은 성격적 요인들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낙관성(optimism)은 주관적 안녕을 예측하는 강력한 성격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낙관성은 미래에 대해서 긍정적인 기대와 전망을 하는 인지적 경향성을 의미한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높은 행복도와 삶의 만족도를 보고한다. 낙관주의자들은 비관주의자들보다 부정적 정보나 피드백을 더 잘 수용하며 인간관계의 문제들을 더 잘 직면했다. 자기 존중감(self-esteem) 역시 주관적 안녕의 매우 강력한 예측변인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 존중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전반적인 긍정적 평가와 우호적 태도를 의미한다. 긍정적인 자기 존중감을 지닌 사람은 인간관계의 만족도, 친밀감, 타인을 배려하는 능력, 생산적 수행능력 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분노를 잘 조절하면 반사회적 행동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기 존중감은 개인의 건강한 성장과 성취에 따른 결과물인 동시에 인간관계와 생산적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복을 증진하게 된다. 통제감(sense of perceived control)은 개인적으로 중요한 삶의 사건들에 대해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신념을 의미한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자기 유능감, 삶에 대한 자신감, 미래에 대한 긍정적 확신을 심어 주며 행복감을 증진시킨다. 특히 내적 통제소재를 지닌 사람들이 외적 통제소재를 지닌 사람들보다 주관적 안녕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 행복에 대한 유전적 영향

- 개인의 행복 정도는 오랜 세월에 걸쳐서 상당히 안정된 패턴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Lykken과 Tellegen(1996)은 쌍둥이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행복 기준점'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행복 기준점(happiness set point)은 유전에 의해서 결정되는 긍정 정서의 설정 수준을 의미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정서경험을 하지만 결국에 되돌아오게 되는 행복감의 평균 수준이 있는데, 이것을 행복 기준점이라고 지칭했다. 사람마다 행복 기준점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평소에도 긍정 정서를 많이 느끼며 활기찬 기분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부정 정서 쪽으로 기울어져서 걱정을 많이 하는 경향을 나타낼 수 있다. 

 

- Lyubomirsky, Sheldon과 Schkade(2005)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세 가지의 유형, 즉 행복 기준점, 삶의 상황, 의도적 활동으로 구분했다. 행복 기준점은 유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며, 삶의 상황(life circumstances)은 나이, 성별, 교육 수준, 사회적 계층, 수입, 가족 및 자녀, 지능 수준, 신체적 매력도와 같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인 여건들을 의미한다. 의도적 활동(volitional activity)은 개인의 동기와 의지에 의해서 선택된 자발적인 활동들을 의미한다. 즉,  행복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기준점, 외부적인 환경 여건, 그리고 개인의 의지와 선택에 의한 행위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Lyubomirsky 등(2005)은 행복에 관한 다양한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세 가지 요인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행복의 기준점이 행복 수준의 50%를 결정하고 의도적 활동이 40%를, 그리고 삶의 상황이 10%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행복 수준은 상당 부분 선천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지에 의해서 변화시킬 수 있는 행복의 범위도 상당히 넓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 유전에 의한 행복 기준점을 주장한 Lykken(1999)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유전은 상당히 강력하게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당신의 행복 기준점이 평균 이하라면, 당신의 유전적 운전자가 당신을 비생산적으로 행동하도록 유혹하여 행복을 저하시키는 방향으로 인도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당신의 유전적 운전자가 제멋대로 하도록 당신이 내버려 둔다면, 그것이 지향하는 목적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당신의 것이다. 당신은 상당히 넓은 선택의 범위 내에서 당신 자신의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다. "

 

 

 

 

 

◆"인간의 이해를 위한 성격심리학"에서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