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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물질 - 관련 장애 : 도박장애(gambling disorder) 본문
당신은 도박을 자주 하는가?
1. 도박장애 (gambling disorder)
- 도박장애(gambling disorder)는 도박행동을 통제하지 못해서 다양한 부적응적 문제들이 초래되는 경우를 말한다. 즉 (1) 진단기준 1의 9가지 중 4개 이상에 해당되는 도박행동이 지난 12개월 동안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서 심각한 부적응적 결과들이 초래되고, (2) 이러한 도박행동이 조증으로 더 잘 설명되지 않을 경우 도박장애로 진단된다. 장애의 심각도는 해당 항목이 4~5개면 경도, 6~7개면 중등도, 8~9개면 중증도로 구분된다.
- 도박장애는 병적 도박(pathological gambling) 또는 도박증이라고도 한다. 도박장애는 충동조절에 실패한 일종의 행위중독이다. 오락중독, 게임중독, 쇼핑중독,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 섹스중독 등도 충동조절에 실패한 행위중독에 속한다. 도박장애는 물질 - 관련 장애와 마찬가지로 도박의존(내성, 금단증상, 강박적 사용)이 핵심증상이다. 도박을 반복적으로 하면 도박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내성이 생기면 도박을 더 많이 더 빈번히 해야 하며, 도박을 중단하거나 줄이게 되면 금단증상(신체적, 정신적 갈망)이 초래된다. 그러면 금단증상을 피하기 위해 다시 도박을 하고, 그 결과 도박에 의존하는 도박장애가 발생한다.
- 반복적인 도박은 내성을 키운다. 예컨대, 도박을 하는 사람이 처음에 5만원을 딴 것에 대한 내성이 생기게 되면, 다음에는 똑같이 5만원을 따도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돈을 따기 위해 더 큰 액수의 도박을 하게 된다. 도박을 중단(또는 감소)하면 자극과민성, 안절부절못함, 집중력 저하, 우울, 불안 등이 유발되는데 이것이 금단증상이다. 예컨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도박장애자들은 손을 떨고, 두통이나 복통을 호소하며 악몽을 꾼다. 도박 중 한 때 느꼈던 재미(흥분과 긴장, 모험, 스릴감 등)도 이제는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도박을 계속하도록 강요받는데(신체적, 정신적 갈망), 이것이 강박적 사용이다. 결국 도박으로 인해 경제적 파산, 가정파탄, 패가망신, 비참한 상태로 전락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적으로 계속 도박을 하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도박장애(도박 의존증)이다.
- 도박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사람이 도박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도박이 사람을 조정하게 된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던 도박이 이제는 도박에 대한 병적 집착과 강박행동으로 바뀌게 된다. 도박 자체를 위해 도박을 한다. 심지어 인생 자체가 도박이라고 생각하고 직장이나 가정, 취미활동 등 다른 어떤 일보다 도박이 우선이다. 도박을 통해 돈을 딸 때는 더 많이 딸 것 같은 생각 때문에, 잃을 때는 지금까지 손해 본 것을 한꺼번에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손을 떼지 못한다. 설령 잃었던 돈을 만회했다 하더라도 도박을 그만두지 못한다. 이들은 아무리 돈을 많이 잃어도 다음번에는 반드시 따게 될 것이라는 일종의 망상을 갖고 매번 도박에 임한다. 도박이 진행될수록 더 큰 액수의 판돈을 거는 습관이 있다. 잘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도박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도박 자체를 위해 도박을 하게 된다.
- 도박장애의 1년 유병률은 일반 인구에서 0.2~0.3%이고, 평생유병률은 0.4~1.0%이다. 여성의 평생유병률은 0.2%이고, 남성은 0.6%이다. 발병 연령은 남성의 경우 청소년기와 성인기 초기이고, 여성은 주로 인생 후반부에 시작된다. 도박장애의 1/3은 여성인데 이들은 지루하거나 외로움을 느낄 때, 또는 우울이나 도피의 수단으로 도박을 하는 경향이 있다. 도박장애는 갑자기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 몇 년 동안 사교적 도박을 해오다가 발병한다. 도박장애자들은 도박 자금을 대기 위해 또는 도박으로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사기, 도둑질, 공금횡령, 지폐위조 등의 불법행위를 저지르기도 한다. 도박장애자들은 강박장애, 기분장애, 불안장애, 물질 사용장애, 기타 충동조절장애를 동시에 지니는 경우가 많다. 도박장애자들의 약 30%는 알코올 의존이 있고, 일반 사람들에 비해 흡연량이 매우 많다. 도박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 중 17%는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 도박장애의 진단 기준 》
1. 지난 12개월 이내에 다음 9가지 중 4개 이상의 항목에 해당하는 도박행동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기능손상이나 고통이 유발되는 경우. 1) 원하는 흥분을 얻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액수의 돈을 가지고 도박을 하려는 욕구가 있다. 2) 도박을 줄이거나 중단하려고 할 때 안절부절못하거나 신경이 과민해진다. 3) 도박을 통제하거나 줄이거나 중단하려는 노력이 거듭 실패로 끝난다. 4) 자주 도박에 집착한다(예: 과거의 도박 경험을 계속 떠올리고, 다음 도박의 승산을 따져보거나 계획하고, 도박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다). 5) 흔히 정신적인 고통을 느낄 때마다 도박을 하게 된다(예: 무기력감, 죄책감, 불안감, 우울감). 6) 도박으로 돈을 잃고 나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흔히 다음 날 다시 도박판으로 되돌아간다. 7) 도박에 빠져 있는 정도를 숨기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8) 도박으로 인해 중요한 대인관계, 직업, 교육이나 진로의 기회를 위태롭게 하거나 상실한다. 9) 도박으로 인한 절망적인 경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린다. 2. 이러한 도박행동이 조증 삽화로 더 잘 설명되지 않아야 한다. 현재의 심각도 구분 •경도(mild) : 4~5개 • 중등도(moderate) : 6~7개 • 중증도(severe) : 8~9개 |
2. 도박장애의 원인과 치료
- 도박장애의 원인은 도박 자체의 요인, 유전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 성격요인, 학습요인, 인지요인,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요인, 사회환경적 요인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도박 자체의 요인은 도박을 하는 동안 받게 되는 모험과 스릴감, 흥분, 긴장감 등이 뇌의 쾌감중추를 자극하여 짜릿한 강화의 속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도박에서 초기에 돈을 따본 경험이 강할수록 뇌 속의 쾌감 기억이 강하게 형성(각인)되었기 때문에 비록 지금은 돈을 잃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 만회할 수 있다는 쾌감 환상을 가지고 있다. 이는 도박이 주는 순간적인 만족감 때문이다.
- 유전적 요인은 도박장애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들과 알코올 사용장애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이 일반 사람들에 비해 도박장애를 나타낼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도박에 취약한 행동유전성이 전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물학적 요인은 호르몬과 관련되어 있다. 도박행동은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특히, 도파민은 쾌감을 일으키는 물질로서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도 도파민 때문이고, 도박을 하는 동안에 느끼는 쾌감도 도파민 분비 때문이다. 따라서 도박을 하게 되면 도파민이 쉽게 분비되어 쾌락과 중독에 빠지고, 여기에 사로잡혀 도박을 지속하게 된다. 술과 게임중독도 마찬가지이다. 엔도르핀 역시 도박행동을 할 때 대뇌에서 분비되는데 이는 통증을 감소시키고 쾌감을 느끼도록 해주며, 피로감을 줄어들게 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스러운 부정적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 성격요인은 자극추구 및 충동적 기질과 관련되어 있다. 자극추구력이 강하고 충동성이 높은 사람이 도박장애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성격특성은 기질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도박장애 성향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아동기 때부터 남들과 내기를 좋아하고 경쟁적이며 호기심과 모험심이 많고 충동적인 특성이 있다. 심리적 취약성은 성미가 급하고 안절부절못하며, 적개심이 높고 화를 잘 내며, 자기중심적이고, 권태감과 무료함을 쉽게 잘 느끼고, 거짓말을 잘하는 특성이 있다. 실제 도박장애 환자들은 아동기 시절부터 구슬치기나 딱지치기, 남들과의 내기에서 지면 잠이 오지 않았던 경험들을 잘 기억하고 있고, 성인기에는 카지노, 경마, 노름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내기걸기를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사회성 성격장애, 우울 및 양극성 장애, 물질 사용장애(특히, 알코올)가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도박장애자들이 많다.
- 학습요인은 모방학습과 조작적 조건형성 때문이다. 도박장애자들은 대부분 아동기 때부터 주위사람들의 도박행동을 관찰하고 본인도 그러한 모방행동을 하다가 심각한 도박행동으로 발전했음을 보고하고 있다. 도박에서 돈을 따거나 돈을 따는 과정에서 느끼는 강한 쾌감흥분 역시 도박행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강화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도박은 간헐적으로 예측할 수 없게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소거에 대한 저항이 커서 돈을 잃는데도 도박을 지속하게 된다.
- 인지요인은 인지적 왜곡, 즉 도박사의 오류 때문이다. 도박사의 오류는 '이제 이길 때가 됐다', '운을 통제할 수 있다', '거의 딸 뻔했다'의 3가지로 압축된다. 동전 던지기를 할 때 먼저 번에 뭐가 나오든 뒷면이 나올 확률은 항상 1/2이다. 그런데도 도박장애자들은 앞면만 계속 나온 경우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아졌다고 생각하고 '이제 뒷면 나올 차례다, 이제는 이길 때가 됐다'는 기대가 강해져 도박을 계속하게 된다. 통제력의 착각도 있다. 돈을 잃게 되면 운이나 재수 탓으로 돌리고, 딸 경우 자신의 능력 때문이라는 생각, 즉 '운을 통제할 수 있다'라고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니어미스 효과(near-miss effect)도 큰 심리적 함정이다. 예컨대, 777이 나와야 하는데 세 번째 7이 걸쳐 있으면 패배를 뜻하지만, 도박장애자들은 '거의 딸 뻔했다'라고 느끼며 도박을 지속하게 된다.
- 이외에도 머릿속에는 과거의 승리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발걸음이 늘 도박장으로 향하게 되는데, 이것이 회상의 편파성이다. 미신적인 생각도 많다. 좋은 꿈을 꾸었을 때 복권을 사는 행동과 같이 특정한 상황이나 행동, 생각이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미신적 사고이다. 또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두 사건을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특정한 상황에서 승리를 얻었을 경우 계속 그 상황을 고집해 큰돈을 잃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귀인의 오류이다. 도박장애자들은 빚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도박뿐이라는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은 이혼이나 가정불화, 부부갈등, 우울과 불안, 사회적응의 어려움, 갈등, 고민, 고립감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수단(또는 부정적 감정을 달래기 위해)으로 도박행동을 몰두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대개 늦은 나이에 도박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고, 흔히 여성 도박장애자들에서 많다. 도박을 하는 동안은 만사를 잊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현실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심한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도박행동에 몰두하는 악순환을 밟게 된다.
- 사회환경적 요인은 사회가 도박에 허용적일수록, 쉽게 접근이 가능할수록 도박장애자들이 많이 늘어난다. 경마, 카지노 등 도박장을 중심으로 가까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일수록 도박중독자 비율이 높아진다. 경제적 위기로 실직자가 많고, 건강하게 여가를 보내기 어려운 사회환경도 도박행동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금처럼 스마트폰 게임, 인터넷 게임 등과 같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사회환경적 요인도 도박장애의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 도박장애의 치료는 실무율적(all-or nothing)이다. 즉, 완전히 치료가 되었는가 아니면 치료가 되지 않았는가의 문제이다. 도박의 충동을 10번 중 9번 참았다고 해도 그것은 치료가 된 것이 아니다. 나머지 1번의 충동이 다시 도박장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도박장애자는 본인이 스스로 도박행동을 끊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자발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주로 가족이나 법원에 의해 강제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치료가 어렵고 재발률이 높다. 따라서 꾸준히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박장애 이외에 불안, 우울, 알코올 의존 등의 다른 정신과적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같이 치료해 나가야 한다. 도박장애의 치료는 단지 도박을 끊는 기법을 익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방식을 배우게 하는 과정으로 접근해야 한다. 도박을 안 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박을 안 하고 대신 무엇을 하게 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심리치료는 주로 인지행동치료가 적용된다. 도박에 대한 매혹을 제거하고 혐오감을 형성시키는 기법과 함께 도박행동을 촉발하고 유지시키는 왜곡된 인지적 기제를 자각시키는 것에 있다. 이를 통해 행동과 인지교정훈련, 문제해결기술 훈련, 사회 기술훈련, 재발방지의 4단계 기술을 습득토록 한다. 도박충동을 부추기는 상황을 피하는 기술습득은 물론 스트레스 관리, 가정 및 사회에서의 적응훈련을 습득토록 해야 한다. 단도박 모임도 도움이 된다. 단도박 모임은 도박장애자들이 도박이 유혹을 서로 극복하도록 돕는 자조집단의 모임이다. 단도박 모임을 통해 정기적으로 모여 서로를 지지하고 통제하기도 하면서 재발 예방에 서로 힘을 쏟게 된다. 만약 환자가 우울증이 심하거나 자살에 대한 위험성이 있을 때는 입원치료가 필수적이다. 약물치료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신경안정제, 아편 길항제 등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사례 중심의 이상심리학"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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