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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와 관련된 성격특성 본문
- 개인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하는 정서반응이 다르다. 또한 동일한 자극상황에서 개인마다 경험하는 정서가 다르다. 이처럼 정서경험은 개인의 성격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성격은 정서경험의 개인차를 만들어 내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정서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성격요인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신경과민성 또는 부정 정서성
- 성격의 5 요인 중 하나인 신경과민성(Neuroticism)은 불안, 분노, 우울과 같은 부정 정서를 잘 느끼는 성격 특성을 뜻하며 부정 정서성 또는 정서적 불안정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예민하고 불안정하며 사소한 일에도 상처를 잘 받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신경과민성이 낮은 사람들은 침착하고 편안하며 기분의 변화가 적고 스트레스에 대한 정서적 반응의 강도가 낮다. Watson과 Clark(1984)는 부정 정서와 낮은 자기 존중감을 경험하는 것과 관련된 성격요인으로 부정 정서성(Negative Affectivity)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들에 따르면, 부정 정서성은 신경과민성과 유사한 개념으로 불안, 우울, 분노, 경멸, 혐오, 죄책감과 같은 다양한 부정 정서를 경험하기 쉬운 성격특성을 뜻한다. 부정 정서성은 특별한 사건에 의해서 유발되는 감정이 아니라 일반적인 기분 성향을 뜻한다. 부정 정서성이 높은 사람들은 사소한 실패나 좌절,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에 민감하다. 이들은 기분의 변화가 잦으며 슬픔, 걱정, 혼란감을 쉽게 느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와 건강문제, 미숙한 대처기술, 불쾌한 생활사건의 경험을 호소한다. 이러한 부정 정서성은 걱정, 불안, 자기 비난, 부정적 자기 견해와 같이 다양한 부정 정서를 경험하게 하는 선천적인 성격특질로 여겨지고 있다.
-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정서는 환경적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서 적절한 인지적 전략을 촉진하는 적응적 기능을 지닌다. Watson과 Clark(1984)에 따르면, 부정 정서는 불쾌한 것이지만 지각, 판단, 기억, 대인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긍정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부정 정서는 기존의 방식보다 신중한 정보처리를 촉진하기 때문에, 부정 정서성을 지닌 사람들은 속임수, 조종, 인상관리, 고정관념의 영향을 덜 받는다. 긍정 정서는 세부사항을 무시하는 광범위한 도식적 정보처리에 의존하는 반면, 부정 정서는 분석저기고 세밀한 정보처리를 촉진하기 때문에 인지적 오류를 줄인다. 즉, 부정 정서의 정보처리는 잘못된 정보의 영향을 줄이고 세부적인 정확도를 높여 준다. 대인관계에서도 부정 정서성은 타인에게 더 예의 바르고 배려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든다. 자기주장적인 접근을 취하게 만드는 긍정 정서성과 달리, 부정 정서성은 요청을 할 때 더 정중하고 세심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 또한 부정 정서성은 대인지각과 추론의 정확성을 높인다. 부정 정서성이 높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체로 정확하다. 반면에 부정 정서성이 낮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대해서 과도하게 긍정적인 부정확한 인상을 형성함으로써 잘못된 신뢰감을 경험할 수 있다.
2. 정서지능
- 정서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하고 적절하게 정서적 표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능은 적응과제를 효과적으로 잘 수행하게 만드는 개인적 능력을 의미하는데, 근래에는 지능이 적응 영역에 따라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능을 차가운 인지적 지능(cold intelligence)과 정서, 동기 또는 사회적 관계를 다루는 따뜻한 감성적 지능(hot intelligence)으로 구분하고 있다. 직업적 성취나 사회적 적응에 있어서 인지적 지능보다 감성적 지능이 더 중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면서 정서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Mayer, Caruso와 Salovey(1999)에 따르면, 정서지능은 네 가지의 하위능력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정서 지각하기(perceiving emotion)로서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정확하게 지각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정서 지각은 정서적인 메시지가 얼굴 표정, 목소리 톤, 문화적 장치로 표현될 때 그것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해석하는 것을 포함한다.
둘째는 사고 촉진에 정서 활용하기(using emotions to facilitate thought)로서 사고에 정서를 통합하고 인지적 활동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서를 사용하는 능력을 뜻한다. 이것은 정서가 어떻게 인지 체계에 영향을 주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더 효과적인 문제해결, 추론, 의사결정, 창조적 노력이 이루어지게 할 수 있다.
셋째는 정서 이해하기(understanding emotions)로서 정서적 개념과 의미, 정서와 그것이 나타내는 관계들 간의 연결, 시간에 따라 정서가 어떻게 혼합되고 진행되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하위능력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정서에 이름을 붙이고, 정서 어휘목록의 예들 간의 관계성을 인식하는 능력이다.
넷째는 정서 관리하기(managing emotion)로서 개인적 성장과 사회적 관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정서를 관찰하고 규제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상황에 맞게 부정적인 기분과 정서를 수정하고 긍정적인 기분과 정서를 유지할 수 있다.
-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삶에 대한 판단력이 우수하며 사회적인 기능도 유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서지능 중에서도 특히 정서이해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들이 좀 더 적응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학생의 경우, 정서지능이 높을수록 약물이나 알코올을 남용할 가능성이 낮았으며, 또래에 대한 공격성도 낮았다. 사업을 하는 경우,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더 좋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지능이 높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들과 더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학점도 더 높았다. 높은 정서 지능을 가진 사람들은 폭력적인 행동, 음주, 흡연, 불법 약물 사용도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고통 감내력
- 사람마다 불쾌한 감정이나 고통을 참고 견디는 정도가 다르다. 불쾌한 감정을 느낄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여 "힘들어 죽겠다" , "화가 나서 미치겠다" 와 같은 과장된 표현을 하며 불쾌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에 매우 불쾌한 감정을 경험하더라도 "이러다 말겠지" ,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여기며 진중하게 잘 견디면서 자신이 해야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두 유형의 사람들을 구분하는 성격적 특성이 바로 고통 감내력이다. 최근에 고통 감내력의 부족은 다양한 정신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성격요인으로 여겨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 고통 감내력(distress tolerance)은 주관적으로 혐오스럽거나 위협적인 심리상태를 견디는 능력을 의미한다. 정서적 고통 감내력이 낮은 사람들은 고통을 견디기 어렵고 다룰 수 없는 것으로 지각하며, 고통에 대한 수용이 부족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에 주의가 함몰되어 기능이 저하되며, 부정 정서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고통 감내력과 유사한 개념으로는 모호함에 대한 감내력, 불확실성에 대한 감내력, 좌절에 대한 감내력, 불편한 신체감각을 견디는 능력의 개인차로 정의되는 불편감에 대한 감내력 등이 제시되어 왔다.
- Clen, Mennin과 Fresco(2011)에 따르면, 정서적 고통 감내력은 슬픔, 공포, 분노, 혐오와 같은 부정 정서경험을 감내하는 정도를 나타내며 부정 정서를 경험하는 것에 대한 평가, 신념, 기꺼이 경험하기와 같은 상위인지과정을 포함한다. 정서적 고통 감내력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는 부정 정서의 부정성이나 위협에 대한 평가, 부정 정서를 경험하는 상황에서의 대처능력에 대한 신념,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부정 정서를 기꺼이 경험하려는 의지다. 정서적 고통 감내력이 낮은 사람들은 부정 정서를 혐오적이고 위협적으로 평가하고, 자신이 부정 정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고 보며, 부정 정서를 경험하는 것을 꺼린다. 고통 감내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정서적 불편감이나 고통을 경험할 경우에 회피적 대처방략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불편감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시도하기보다 일시적으로 고통을 감소시키는 알코올이나 약물을 사용하게 된다. 이처럼 고통 감내력의 부족은 우울증, 불안장애, 경계선 성격장애, 약물사용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강박장애 등과 같은 다양한 정신장애의 발달과 유지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 자기자비
- 심한 불안이나 우울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는 사소한 실수에 대해서 자신을 심하게 비난하고 질책하는 성향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흔히 자신에 대한 완벽주의적이고 당위적인 요구를 지니고 있어서 사소한 실패나 잘못을 용납하지 못하고 자신을 냉혹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자기비판적 태도의 반대쪽에 있는 것이 자기 자비다. 자기 자비는 최근에 심리치료와 관련하여 많은 심리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기자비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자인 Kristin Neff(2003)에 따르면, 자기자비(self - compassion)는 고통에 처했을 때 혹독한 자기 비난을 하는 대신 자신을 돌보는 온화한 태도로서 건강한 형태의 자기 수용이다. 자기 자비는 자신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 수용적으로 마음이 열려 있는 것으로 고통을 회피하거나 그것과 단절하지 않으면서 고통을 경감시키고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친절한 소망을 일으키는 것이다.
- 자기자비는 인생이 나쁘게 흘러갈 때에도 긍정적인 자기감을 유지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자기자비가 높은 사람은 부정적인 사건을 자기에 대한 위험으로 해석하여 방어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자신의 단점이나 취약성을 인정하면서도 평정심과 긍정적 자기감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자신과 세상의 불완전함에 대해서 수용하고 힘든 일을 겪을 때에도 비교적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다. Neff(2003)에 따르면, 자기자비는 세 가지 하위개념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자기친절( self - kindness)로서 고통과 실패를 겪을 때에도 혹독하게 자책하기보다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고 온화하게 이해하는 태도를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자신의 행동, 감정, 충동이 부적절하다고 느껴지더라도 자신의 모든 면에 대해 관대하게 인내하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는 마음챙김(mindfulness)으로서 고통스러운 생각이나 감정들을 억제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비판단적으로 관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통에 대해 알아차리고 선명하게 보는 것이 자기자비의 전제조건이다. 비판단적 관찰을 위해서는 습관적이고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이 사실이 아님을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부정적 감정과 사고로부터 거리를 두고 현재 경험을 충분히 살필 수 있는 심리적 여유를 준다. 자기친절은 자칫 객관적인 관점을 상실한 채 자기동정이나 자기합리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마음챙김을 통해서 자신의 정서상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인간보편성(common humanity)으로서 부정적인 경험을 할 때 자신만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외로움, 단절감, 고립감을 느끼는 대신에 취약성과 고통을 인간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자각하게 되면, 마치 타인은 완벽하고 자신만이 부적절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러한 느낌은 자기중심성에 의해 왜곡된 과장일 수 있다. 자신 혼자만이 겪는 어려움이 아니라 타인들도 그와 유사한 취약감을 공유하고 있음을 깨달으면,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 또는 탈개인화하게 된다.
- 자기자비 성향에는 개인차가 있다 자기자비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학업 실패에 대해서 더 긍정적인 대처를 나타냈을 뿐만 아니라 우울, 불안, 스트레스 증상의 수준이 더 낮았다. 또한 자기자비는 반추, 사고억제, 폭식행동, 외상후 스트레스의 회피 증상 등과 같은 정신병리와 부적 상관을 나타냈다. 자기자비는 자살사고에 대한 일종의 보호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되었다. 아울러 자기자비는 삶의 만족도, 행복, 낙관성, 지혜, 호기심과 탐구심 등의 안녕감이나 성격강점과는 정적 상관을 보였다. 자기자비는 자기비난과 달리 자기 자신에게 온화한 태도를 취하여 뇌 속의 진정 - 안전 시스템을 활성화함으로써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긍정 정서를 증진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인간의 뇌에는 세 가지 정서조절 체계, 즉 위험-보호 체계, 추동-활력 체계, 진정-안전 체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기자비는 위협-보호 체계와 추동-활력 체계의 활성화로 인한 뇌의 과잉흥분을 가라앉히는 진정-안전 체계를 촉진함으로써 정신건강에 기여한다.
- 자기자비 성향은 어린 시절에 양육자와의 경험을 통해서 육성될 수 있다. 아동이 발달하는 시기에 양육자가 안아 주고 쓰다듬어 주는 애정 어린 돌봄의 상호작용은 아동의 정서발달에 매우 긍정적 효과를 보인다. 특히 생의 초기에 온화함을 통한 안전감이 양육자의 달래기, 접촉하기, 쓰다듬기, 안아 주기, 어조, 리듬감 있는 말투, 긍정적이고 애정적인 얼굴 표정, 그리고 수유할 때 일어나는 상호보상적인 교감 등을 통해서 제공되면, 이는 애착 형성의 토대가 된다. 정서적 흥분으로부터 진정되면 사람은 편안한 상태에서 수동적 안전감을 경험하게 되고, 주의를 돌려 환경을 탐색하는 능동적 안전감으로 전환하게 된다. 자기자비는 스스로 진정-안전 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심리치료자들은 내담자가 자기자비로 전환하는 능력을 함양함으로써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도록 돕고 있다. Gilbert(2010)는 자비초점적 치료를 개발하였다. 자기자비의 증진을 위해서는 자신을 진정시키는 자비로운 이미지를 일으키는 심상화가 중요하다.
◆ "인간 이해를 위한 성격심리학"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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