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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의 결정요인 : 유전과 성격 본문
- 진화는 유전을 통해 이루어진다. 진화를 통해 형성된 심리적 특성은 유전이라는 생물학적 기제에 의해서 후손에게 전달된다. 성격은 얼마나 유전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것일까? 유전에 의해서 강력한 영향을 받는 성격특질은 어떤 것일까? 성격과 기질은 어떤 유전적 기제에 의해서 전달되는 것일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은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성격을 형성하는 것일까? 인간의 심리적 특성은 유전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성격은 이러한 유전과 후천적 경험의 상호작용에 의한 결과물이다. 현재 성격심리학의 연구 관심은 어떤 성격특성이 유전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으며, 유전적 요인이 후천적 경험과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개인의 성격을 형성하는지에 모아지고 있다.
1. 유전의 메커니즘
- 인간의 생명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수정란에서부터 시작된다. 수정란은 세포분열을 통해 태아로 성장하고 성인이 되면 약 60조 개의 세포로 확장된다. 세포 하나하나에 생명체의 설계도가 들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세포핵 속에 담긴 DNA다. 인간의 DNA는 23쌍의 염색체, 즉 46개의 염색체로 이루어져 있다. 23개는 아버지의 정자를 통해서 그리고 다른 23개는 어머니의 난자를 통해서 물려받는다. 23쌍 중 22쌍은 유사한 모양의 대칭형으로 되어 있는 상동염색체이고, 나머지 한 쌍은 XY 또는 XX로 이루어진 성염색체이다. 이러한 23쌍의 염색체 세트를 게놈(genome)이라고 부른다. 바늘 끝보다 작은 크기의 세포 속에는 현미경으로나 관찰할 수 있는 세포핵이 있는데, 그 작은 구조 속에 유전정보를 담은 게놈이 들어 있다. 게놈은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전달되는 다양한 형질을 만들어 내는 유전정보를 지닌 유전자(gene)로 구성된다. 게놈은 유전자 전체를 의미하며 약 10만 개의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유전자의 실체는 세포의 염색체를 구성하는 DNA가 배열된 방식이다. 염색체(chromosome)는 쌍으로 배열된 긴 DNA 분자구조로서 아데닌(A), 타이민(T), 구아닌(G), 시토신(C)의 네 가지 질소염기가 매우 길고 복잡한 이중나선의 사다리 구조로 얽혀 있다. 이러한 DNA의 이중나선 구조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으며 리보핵산(RNA)을 통해서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단백질의 합성을 결정한다.
- DNA를 통해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유전정보가 전달되는 비밀은 복제(duplication)에 있다. 이중나선 구조가 두 가닥으로 갈라지면서 각 가닥은 다른 가닥을 복제해 내어 원래의 이중나선 구조를 다시 만들어 낸다. 세포분열 때마다 이런 방식으로 약 30억 개의 염기쌍이 복제된다. 이러한 복제과정에서 한두 개의 염기가 탈락하거나 염기 배열의 순서가 뒤바뀌는 것이 돌연변이(mutation)다. 성격과 유전이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구조와 기능이 유전자에 의해서 영향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유전자와 성격특질의 관계를 연구하는 성격유전학(personality genetics)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대두되어 특정한 유전자가 성격특질의 발현과 어떤 관련성을 지니는지를 밝혀내고 있다. 예컨대, 세로토닌 전달체 유전자(serotonin transporter gene)는 신경과민성의 성격특질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AVPR1A라고 불리는 유전자는 무자비함과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MAOA라는 유전자는 대담성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 성격에 대한 천성 대 양육의 논쟁
- 인간의 성격은 선천적으로 유전되는 것인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인가? 성격 형성에 대한 천성 대 양육의 논란은 심리학의 전통적인 관심사였다. 현대의 심리학자들은 성격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주된 연구관심사는 어떤 성격특질이 얼마나 유전에 의해서 영향을 받으며 어떤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되는지에 모아지고 있다. 인간의 다양한 속성은 유전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신체적 특성뿐만 아니라 심리적 특성도 유전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인간의 행동적 특성이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정도와 기제를 연구하는 분야가 행동유전학(behavior genetics)이다. 성격이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정도는 주로 쌍둥이 연구와 입양 연구에 의해서 밝혀지고 있다. 쌍둥이 연구는 유전적 유사성이 알려진 일란성쌍둥이와 이란성쌍둥이의 특성을 비교함으로써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구별한다. 일란성쌍둥이는 동일한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나는 반면, 이란성쌍둥이는 50% 정도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 어떤 성격적 특성에 있어서 일란성쌍둥이의 유사성이 이란성쌍둥이보다 높으면 그러한 특성은 두 사람이 공유하는 유전자 비율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일란성쌍둥이의 유사성이 반드시 유전자에 의한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일란성쌍둥이는 유전자가 동일할 뿐만 아니라 신체적 특성과 양육환경도 유사하여 두 사람의 유사성은 유전적 동일상과 환경적 동일성이 혼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의 영향을 좀 더 확실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유전자는 동일하되 성장환경이 다른 쌍둥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입양 연구는 어린 시절에 다양한 이유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헤게 된 쌍둥이의 특성을 비교함으로써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밝히고 있다. 또한 입양 연구는 쌍둥이와 부모의 특성을 비교함으로써 유전과 환경의 영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즉, 생물학적 부모와 쌍둥이의 유사성 정도는 유전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반면, 양부모와 쌍둥이의 유사성 정도는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Bergeman 등(1993)은 쌍둥이 연구과 입양 연구를 결합하여 성격의 유전적 영향을 살펴보았다. 그들은 552명의 일란성 또는 이란성쌍둥이를 대상으로 성격의 5 요인 중 개방성, 우호성, 성실성을 측정했다. 쌍둥이 집단은 동일한 환경에서 함께 자란 집단과 입양 등의 이유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집단으로 구분되었다. 연구를 위한 성격 측정 시 쌍둥이의 평균 연령은 58.6세였으며 연령 범위는 26~87세였다. 쌍둥이 집단을 모두 네 집단, 즉 동일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쌍둥이 집단과 이란성쌍둥이 집단, 그리고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쌍둥이 집단과 이란성쌍둥이 집단으로 구분하여 세 성격특성의 상관관계를 보면 성격 형성에 유전적 영향이 중요하지만 성격특성에 따라 그 영향이 다름을 보여 주고 있다. 개방성은 유전적 영향이 상당히 강력하지만, 우호성과 성실성은 환경의 영향이 더 중요함을 보여 주고 있다.
3. 성격에 대한 공유 환경과 비공유 환경의 영향
- 개인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은 공유 환경과 비공유 환경으로 구분되고 있다. 공유 환경(shared environment)은 자녀들이 동일한 가정환경에서 동일한 부모로부터 양육되는 환경적 요인을 의미하며 가정의 경제 수준, 부모의 일반적 양육태도, 중요시하는 가치 등이 해당된다. 비공유 환경(nonshared environment)은 동일한 가정 내에서 양육되더라도 자녀들마다 각기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환경적 요인을 뜻한다. 이러한 비공유 환경 요인은 자녀의 (性), 출생순서, 개인적 특성에 따라서 부모로부터 다른 취급을 받은 양육경험뿐만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겪게 되는 생활경험으로 구성된다. 성격의 환경적 영향애 대한 주요한 연구 관심사는 공유 환경과 비공유 환경 중 어떤 것이 성격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물음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공유된 환경적 경험은 성격 형성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유 환경의 영향력은 같은 가정에서 자란 친형제와 입양된 형제의 특징에 대한 상관 연구를 통해서 평가할 수 있다. 키나 몸무게가 유전에 의해서 강력한 영향을 받는 반면, 공유된 환경의 영향은 미미함을 의미한다.
- 공유 환경과 비공유 환경의 영향력은 성격특질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공유 환경과 비공유 환경이 성격에 미치는 영향을 쌍둥이의 성별과 연령대별로 분석했다. 개방성과 유전과 비공유 환경에 의해서 강력한 영향을 받지만 공유 환경의 영향력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우호성의 경우에는 비공유 환경과 공유 환경의 영향력이 클 뿐만 아니라 성별에 따라서 유전과 공유 환경의 영향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남자의 우호성은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 강력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여자의 우호성은 유전적 요인과 비공유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실성의 경우에도 비공유 환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별에 따른 유전과 공유 환경의 영향은 우호성과 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즉, 남자의 경우에는 유전적 요인과 비공유 환경이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공유 환경의 영향은 미미한 반면, 여자의 경우에는 비공유 환경이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공유 환경과 유전적 요인도 비슷한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Dunn과 Plomin(1990)은 성격에 미치는 유전과 환경의 영향에 대한 여러 연구결과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잠정적인 결론을 제시한 바 있다. 성격 전반의 변량 중 40%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며, 35%는 비공유 환경의 경험에 의해서, 그리고 5%는 공유 환경의 경험에 의해서 결정된다. 나머지 변량 20%는 측정오차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잠정적 결론에 따르면, 성격에 대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영향은 각각 40% 정도로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4. 뇌와 성격의 관계
-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성격특질을 뇌구조와 신경기제의 특성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생물학 기반의 성격이론은 성격특질을 동기, 보상, 처벌과 관련된 생물학적 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예컨대, 편도체의 공포 - 처리 회로나 복측 피개영역에서 측위 신경핵과 전전두엽에 이르는 보상 경로의 활동은 도파민이나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에 의존한다. 도파민은 탐색적 활동을 촉진하는 신경전달물질로서 성격의 5 요인 중 외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로토닌은 억제경로를 통해서 행동 회피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경과민성, 우호성, 성실성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은 부주의한 탐색대 조심스러운 억제의 갈등적 행동특질을 조절하기 위해서 상호작용한다. 성격특질의 40~50%가 유전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DNA 배열의 변이가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성격장애를 유발하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에 이루어진 분자유전학의 연구에서는 특정한 유전자와 성격특질의 관계를 밝혀내고 있다. 예컨대, 도파민 수용체 D4와 유전자와 세로토닌 전달 유전자 5 - HTTLPR의 다형성 및 연계반복은 성인이 경우에 외향성 특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 뇌는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경험에 의해서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할 수도 있다. 즉, 뇌는 경험에 의해서 변화될 수 있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지니고 있다. 특히 경험에 의해서 뉴런의 연결이 강화되거나 약화되어 시냅스의 정보전달 효율성이 변화하는 현상을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이라고 한다. 뇌의 특정한 영역에 존재하는 뉴런 경로는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신경정보를 더욱 빠르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더욱 응집력 있는 구조로 변화하여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서 뇌가 새로운 행동방식을 학습하고 정보를 기억하여 궁극적으로 성격을 형성하게 하는 것은 시냅스 가소성 때문이다. 인간은 모두 동일한 뇌를 공유하지만 뉴런의 독특한 연결패턴에 따라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니게 된다.
◆"인간 이해를 위한 성격심리학"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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