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군 성격장애(강박성 성격장애)

 

당신은 엄격한 순서나 정해진 계획에 의해 일이 돌아가지 않으면 고통스러운가?

 

 

- 강박성 성격장애(obsessive - compulsive  personality  disorder)는 지나치게 완벽주의적이고, 세부적인 사항에 집착하고, 일과 생산성에만 과도하게 몰두하며, 인색한 행동을 나타내어 사회적 부적응이 초래되는 성격특성을 말한다. 즉 (1) 정리정돈, 완벽주의, 정신이 통제와 대인관계의 통제에 집착하는 행동패턴으로 인해 융통성, 개방성, 효율성의 상실을 초래하는 대가를 치르고, (2) 이런 특성이 성인기 초기에 시작되어 생활 전반에 걸쳐 나타나며, (3) 진단기준의 8가지 중 4개 이상의 항목이 충족되는 경우 강박성 성격장애로 진단된다.

 

- 강박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인생을 참 피곤하게 산다. 매사 뭐든지 정리정돈이 되어 있어야 한다. 지나치게 정확하고 세밀하고 질서가 있고 규칙적인 것을 추구한다. 주위에서는 그를 보고 완벽주의자, 도덕주의자, 이론주의자라고 한다. 그러나 만사를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하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인 규칙과 절차가 확실하지 않을 때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고통스러워한다. 사소한 세부사항, 규칙, 목록, 순서, 형식, 시간계획에 얽매여서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상황의 전체적인 특성을 놓치고 만다. 대인관계는 수평적인 것이 아니라 수직적인 것으로 지배와 복종의 관계이다. 자신이 윗사람에게 복종하듯이 남들도 자기에게 그렇게 해야 한다. 자신이 일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타인에게 일을 맡기거나 함께 일하기를 꺼려한다. 자발성, 개방성, 여유, 애정, 깊은 인간관계는 단절되어 있다.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고 효율성이 결여되어 있다. 결단력과 정서가 부족하고 감정표현이 억제되어 있다. 그래서 감정표현을 잘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심한 불편을 느낀다. 칭찬이나 농담을 거의 하지 않는다. 딱딱한 일에 종사하기를 좋아한다. 돈에는 매우 민감하고 인색하며 궁핍하게 살아간다.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돈 씀씀이가 인색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도 만일의 재난상황을 대비하려면 저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요 없는 물건도 나중에 쓸지 모른다고 생각하여 차곡차곡 모아두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가족은 물론 주위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갈등이 초래된다. 본인도 괴롭고 비효율적인 삶을 살게 된다.

 

- 강박성 성격장애는 강박장애와 차이가 있다.  강박장애는 불안증상을 기반으로 하는 불안장애의 한 하위유형으로 흔히 강박신경증이라고도 한다. 강박장애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이 반복적이며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강박성 성격장애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지만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보통 강박적 성격특성을 가진 사람이 강박장애로 발전되는 경향이 있고, 강박성 성격장애가 강박장애를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강박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강박장애를 함께 나타내는 경우가 있으나,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은 강박성 성격장애를 나타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강박성 성격장애의 유병률은 일반인구의 2.1~7.9%의 범주이다. 성격장애 중 강박성 성격장애가 일반 인구에서는 가장 높은 유병률을 나타낸다. 정신과 임상장면에서는 3~10%의 범주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정도 더 많다. 발병 연령은 보통 성인기 초기에 시작된다. 강박성 성격장애는 우울장애, 양극성 장애, 섭식장애와도 연관성이 높다. A-타입 성격특성과도 중첩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A-타입 성격특성(type - A  personality  characteristics)은 지나치게 성공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도전의식이 높고, 일에 몰두되어 있고, 경쟁심이 강하며, 만성적으로 시간에 쫓기고(늘 조급하고 서두름), 공격적이며 적대감이 높고, 참을성이 부족하고 초조감을 많이 느끼며, 마음의 여유가 없고, 스트레스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 결과 심근경색(특히, 관상성 심장질환)을 잘 일으키는 성격특성을 말한다. 

 

《 강박성 성격장애의 진단 기준 》

정리정돈, 완벽주의, 정신 및 대인관계의 통제에 집착하는 광범위한 행동양상으로 인해 융통성, 개방성, 효율성의 상실을 초래하는 대가를 치른다. 이런 특성은 성인기 초기에 시작되어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나고, 다음 8가지 중 4개 이상의 항목이 충족되어야 한다.    1) 사소한 세부사항, 규칙, 목록, 순서, 형식, 시간계획에 집착하여 일의 핵심을 놓치고 만다.    2) 과제의 완수를 방해하는 완벽주의를 보인다(예: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에 과제를 끝맺지 못한다).    3) 일과 생산성에만 과도하게 몰두하여 여가활동과 우정을 나눌 시간도 없다(분명한 경제적 필요성 때문이 아니다).    4) 도덕, 윤리, 또는 가치문제에 있어서 지나치게 양심적이고 고지식하며 융통성이 없다(문화적 또는 종교적 배경에 의해서 설명되지 않는다).    5) 닳아빠지거나 무가치한 물건을 감상적인 가치조차 없는 경우에도 버리지 못한다.    6) 자신이 일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타인에게 일을 맡기거나 같이 일하기를 꺼린다.    7)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돈 쓰는 것이 인색하다; 돈은 미래의 재난에 대비해서 저축을 두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8) 경직성과 완고함을 보인다.

 

 

- 강박성 성격장애의 원인은 유전적, 심리적, 인지적 요인에서 살펴볼 수 있다. 유전적 요인은 강박성 성격장애를 지닌 가족이나 친척에서의 유병률이 일반인구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어떤 생물학적 취약성이 전수되고, 이를 촉발시키는 환경적 요인이 결합되어 강박성 성격장애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 심리적 요인, 특히 정신분석적 요인은 강박성 성격이 심리성적 발달단계 중 항문기 단계에 고착된 결과로 보고 있다. 생후 2~4세경 대소변 가리기 훈련과정에서 아동의 욕구와 아동을 사회화시키려는 부모의 욕구 사이에 갈등이 초래되고, 이러한 갈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때 항문기에 고착된 강박성 성격이 싹트게 된다고 한다. 부모가 완벽주의적이고 처벌지향적일 때 아동은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강한 공포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강박적 성격을 형성하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통제감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 역시 강박성 성격장애를 발달시키는 한 원인이 된다.

 

- 인지적 요인은 (1) 실수는 잘못이므로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 (2) 나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내 주변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해야 한다. (3) 나는 실수를 하지 않아야만 가치 있는 존재다와 같은 독특한 신념체계가 강박성 성격장애를 발현 유지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흑백논리적 사고(예: 완벽한 것이 아니면 실패한 것임), 재앙적 사고(예: 불완전함이나 실수가 초래하게 될 부정적 결과를 지나치게 과장함), 의미확대와 의미축소(예: 세부적인 사항이 중요하다고 집착하고, 정말 중요한 일은 그 의미를 축소하여 과소평가함) 등의 인지적 오류를 자주 범한다.

 

- 강박성 성격장애의 치료는 환자와 치료자 간에 신뢰로운 치료적 관계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치료적 동맹관계가 이루어지면 환자는 심리치료에 잘 반응한다. 치료에 열심히 임하고 실제 효과를 보기도 한다. 정신역동치료는  '너 자신을 비난하라, 다른 사람을 비난하라, 그리고 다른 사람이 너를 비난하게 하라'의 초자아의 삼제(superego  triad)를 다루어서 지나치게 엄격한 초자아를 수정하는 것에 있다. 왜냐하면 엄격한 초자아는 완벽을 지속적으로 강요하고, 이러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심리적 고통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엄격한 통제에 대해서 지녔던 부정적 감정과 이러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 그리고 이러한 감정을 통제하려는 과도한 노력을 자각하게 만들어서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하고, 자신이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것을 수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 인지치료는 자신이 왜 완벽해야 하고, 왜 완벽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와 사고방식을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바꾸어 주는 것에 있다. 행동치료는 환자로 하여금 자신이 완벽하지 않음을 실제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함으로써 완벽하지 않아도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음을 체험시켜 주는 것에 있다. 약물치료는 완벽하게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우울증이 초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항우울제가 사용될 수 있다. 강박성 성격장애 환자에게는 심리치료의 방식, 진행과정, 약의 복용량, 재활계획 등 가급적 많은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환자 스스로 치료 계획을 선택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알려주는 것이 치료 성과를 높이는데 효과가 있다. 

 

 

 

 

 

◆"사례 중심의 이상심리학"에서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