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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schizophrenia) 본문
목소리를 듣거나, 사람들이 당신을 해칠 것 같거나, 현실감을 잃은 적이 있는가?
1. 정신분열증(schizophrenia)
- 정신분열증은 (1)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와해된 행동이나 긴장증적 행동>, <음성 증상>의 5가지 중 2개 이상의 증상(반드시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중 1개는 포함되어야 함)이 1개월 동안 상당 기간 나타나고, (2) 장애가 계속 지속되고 있다는 징후가 최소한 6개월 이상 지속되며, (3) 이러한 증상이 시작된 이후 1가지 이상의 주요 영역(예: 직업, 대인관계, 자기 돌봄)에서의 기능 수준이 발병 시작 이전보다 현저하게 저하되어 있을 경우 정신분열증으로 진단된다. 정신분열증은 그 명칭이 주는 부정적 인상과 편견을 피하기 위해 조현병이라고도 지칭한다. 조현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뜻으로, 치료가 가능한 정신기능의 부조화임을 나타낸 것이다. 조현병은 마치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한 것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나타내는 질병이지만,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본에서는 '통합실조증', 중극에서는 '사각실조증'이라고 부른다.
- 정신분열증의 진단기준에는 활성기 증상, 잔류기, 전구기의 용어가 나온다. 활성기 증상(active-phase symptoms)이란 정신분열증의 주요 진단특징의 5가지 중 2개 이상의 증상이 1개월 이상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고, 잔류기(residual period)는 장애의 활성기와 회복기(관해기) 사이의 과도기적 단계를 의미한다. 전구기(prodromal phase)는 정신분열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예고 신호이다. 예컨대, 학업이나 업무에 흥미를 상실하고, 위생관리가 안되고, 이상한 복장을 하고, 대화에 논리가 없고, 행동에 일관성이 떨어지고, 부적절한 웃음이나 불합리한 말을 하고,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고, 고립상태를 자초하고, 또 소리나 빛 등의 자극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해지는 등 이런 증상이 서서히 나타날 경우에는 정신분열증의 전구기로 본다.
DSM-Ⅳ에서는 정신분열증의 하위유형을 두었다. 즉, 분명한 망상과 환청을 나타내는 망상형(paranoid type), 음성 증상을 주로 나타내는 해체형(disorganized type), 긴장증적 증상을 나타내는 긴장형(catatonic type), 다양한 증상들 때문에 어떤 유형으로도 분류하기 힘든 감별불능형(undifferentiated type), 정신분열증의 증상이 약화된 상태로 지속되는 잔류형(residual type)으로 구분한 바 있다. 왜냐하면 정신분열증이라는 동일한 진단을 받는 환자들 간에도 나타내는 증상의 양상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DSM-5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정신분열증의 하위유형을 두지 않았고, 대신 긴장증이 수반되는지의 여부만을 나타내도록 했다.
- 정신분열증은 흔히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사이에 발병한다. 발병 연령의 중앙값은 남성의 경우 20대 초반이고, 여성의 경우는 20대 후반이다. 아동기에 발병하는 사례들도 있지만 매우 드물고, 청소년기 이전에 발병하는 경우 역시 드물다. 남성이 여성보다 빨리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 대략 남성은 15~24세, 여성은 25~34세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성의 경우 기분증상이 더 심하나 예후는 남성보다 양호하다. 물론 45세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도 있고, 60세 이상의 고령자에게서도 발병할 수 있다. 그러나 늦게 발병하는 경우는 여성에게 많고, 청력상실과 같이 감각결핍이 흔히 동반된다. 유병률은 연구에 따라 0.2~2.0%까지 보고되고 있고, 평생유병률은 0.3~0.7%로 추정된다. 발병은 급성일 수도 있고, 잠행성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다양한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전구기를 보이다가 결국에는 몇몇 활성기 증상이 출현하면서 정신분열증으로 판단된다.
《 정신분열증의 진단 기준 》
1. 다음 중 2가지 이상의 증상 [반드시 1), 2), 3) 중 하나는 포함]이 1개월 동안(성공적으로 치료된 경우에는 1개월 이하일 수도 있음) 많은 날에 나타난다. 1) 망상 2) 환각 3) 와해된 언어(예: 빈번한 주제 이탈이나 지리멸렬) 4) 심하게 와해된 행동이나 긴장증적 행동 5) 음성 증상들(예: 감소된 감정표현이나 무의욕증) 2. 장해가 시작된 후 상당 부분의 시간 동안, 1가지 이상의 주요 영역(직업, 대인관계, 자기 돌봄)의 기능수준이 장해의 시작 전보다 현저하게 저하되어야 한다(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발병될 경우에는 대인관계, 학업적 또는 직업적 기능에서 기대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해야 한다). 3. 장해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징후가 최소한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이러한 6개월의 기간에는 기준 1을 충족시키는 증상들(예: 활성기의 증상)을 나타내는 1개월 이상(성공적으로 치료된 경우에는 1개월 이하일 수도 있음)의 기간과 함께 전구기 또는 잔류기의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을 포함할 수 있다. 이러한 전구기나 잔류기 동안, 장해의 징후는 단지 음성 증상들로만 나타나거나 기준 1에 열거된 항목들 중 2가지 이상의 증상이 약화된 형태(예: 기이한 믿음, 비일상적인 지각경험)로 나타날 수 있다. 4. 분열정동장애와 정신증적 특성을 가진 주요 우울장애 또는 양극성 장애의 가능성이 배제되어야 한다. 즉, 1) 주요 우울 삽화나 조증 삽화가 활성기 증상과 함께 동시에 나타난 적이 없어야 한다. 2) 만약 기분 삽화가 활성기 증상과 함께 나타났었다면, 그것은 활성기화 잔류기의 전체 기간 중 짧은 기간 동안에만 나타난 것이어야 한다. 5. 이러한 장해가 물질(예: 남용 약물, 투약 약물)이나 다른 의학적 질환의 생리적 효과들로 인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6. 아동기에 발병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의사소통 장애를 지닌 과거력이 있을 경우, 정신분열증의 진단에 필요한 다른 증상에 더해서 현저한 망상이나 환각이 1개월 이상(성공적으로 치료되면 1개월 미만) 나타날 경우에만 정신분열증을 추가적으로 진단한다. 현재의 심각도 구분 ■ 증상의 현재 심각도(지난 7일 동안)는 0(존재하지 않음)부터 4(존재하며 심각함)까지의 5점 척도에서 평가될 수 있음 |
2. 정신분열증의 원인과 치료
(1) 정신분열증의 원인
- 정신분열증의 원인은 생물학적 요인, 가족이 역할과 성장배경, 사회환경적 요인, 성격특성, 사회적 계층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종의 복합증후군이다. 정신분열증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몇 가지 요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생물학적 요인 : 정신분열증을 유전적 요인, 뇌의 구조적 또는 기능적 결함,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등과 같이 뇌의 장애로 간주하고, 이들의 관련성을 밝히려는 생물학적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가계연구, 쌍생아 연구, 입양아 연구를 통해 정신분열증의 유전적 요인들이 부분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정신분열증을 지닌 직계가족이나 친척에서 유병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은 정신분열증에 취약한 발병 소인이 유전된다고 볼 수 있다. 정신분열증에 특정한 단일유전자(예: 6번, 22번 염색체)의 이상, 여러 유전자의 복합적 관계와 환경적 요인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뇌는 전두엽 부분이 많이 위축되어 있고, 뇌 속에 뇌 척수액을 담고 있는 뇌실이 확장되어 있다는 보고도 있다. 뇌 안에는 신경전달물질이라는 생화학물질이 존재한다. 신경전달물질이란 인간의 생각, 감정, 지각, 행동 등 모든 것을 뇌 안에서 정해진 통로를 통해 전달해 주는 물질인데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은 약 60여 종에 이른다. 이러한 신경전달물질 중의 하나인 뇌의 도파민 활동이 과다할 때 정신분열 증상이 온다는 도파민 가설이 있다. 또 도파민의 과잉활동 수준은 주로 양성 증상을 나타내는 정신분열증 환자에게만 발견되기 때문에 도파민의 수준이 높다는 주장 대신 도파민 수용기 장애(예: 도파민의 수용기가 지나치게 많거나 과민한 상태)라는 주장도 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2가지 신경전달물질의 수준이 높으면 정신분열증이 나타난다는 세로토닌-도파민 가설도 있다. 이밖에도 출생 전의 태내조건(예: 어머니의 임신 중 외상, 감염, 중독, 영양실조 등), 출생 시의 문제(예: 출산 시의 외상, 산소결핍, 감염, 출혈 등), 출생 직후(예: 출생 직후의 영양부족, 질병, 사고 등)의 여러 생물학적 환경이 정신분열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잘 밝혀져 있지 않다.
■ 가족이론 : 정신분열증의 발병에는 병적인 가족관계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특히, 어머니의 부적절한 양육태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어머니의 성격이 지배적이고, 냉담하고, 갈등이 많을 때 그 자녀는 정신분열증에 걸리기 쉽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어머니를 정신분열증 유발적 모친이라고 부른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부모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의사소통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이중구속가설이라고 한다. 즉 부모가 자녀에게 상반된 의사전달을 한다든지, 어머니가 자녀에게 이전과는 서로 상반되는 명령을 내리거나 감정표현을 다르게 한다든지, 자녀가 부모와 아주 쉽게 직접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것 등의 이중구속 장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정신분열증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성격 및 양육태도와 정신분열증 발병 간의 인과관계는 잘 밝혀지지 못하고 있다. 부부관계의 성격도 자녀의 정신분열증 정신분열증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편향적 부부관계는 부부관계에서 모든 통제권을 완전히 상실한 수동적인 배우자가 자녀에게 과도하게 집착하고 의존하는 경우이고, 분열적 부부관계는 부부가 만성적인 갈등상태에서 서로의 요구를 무시하고, 자녀를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경쟁하는 경우인데 여성 정신분열증 환자의 부모에게 이런 부부유형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 사회환경적 요인 : 정신분열증의 발생빈도는 사회적 계층이 낮은 가정에서 높게 나타난다. 즉, 저소득의 사회적 계층 그 자체가 정신분열증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사회적 계층이 낮을수록 주위의 사람으로부터 좋지 못한 대우를 받게 되고,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되고, 사회로부터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없고, 또 그러한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 그 자체가 모두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정신분열증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를 사회·유전적 가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신분열증은 저소득층의 사회·유전적 산물이 아니라,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부적응적 증상들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빈곤층이 모여 사는 곳으로 옮겨가게 된 결과라는 상반된 주장도 있다. 왜냐하면 빈곤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은 사회적 압력이 비교적 적고, 사회적 압력이 있다고 해도 개인의 능력으로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사회편류이론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 두 가설은 부분적으로만 지지되고 있다. 왜냐하면 정신분열증 환자의 아버지가 대체로 낮은 계층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사회·유전적 가설을 지지하는 것이고, 반대로 정신분열증 환자는 그 아버지에 비해 사회적 지위가 낮은 방향으로 이동되고 있다는 점은 사회편류이론을 지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인종문제, 이민, 도시화, 산업화 등 여러 사회환경적 요인들이 정신분열증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정신분열증의 유병률은 이민자들,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 선진국과 교류가 늘어나고 있는 제3세계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높게 나타난다. 또한 사회적 지지체계, 의사소통의 복잡성, 사회에서의 낙인효과, 사회가 정신질병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서도 발병빈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 특이소질 - 스트레스 모델 : 정신분열증 환자 중에는 같은 장애를 지닌 가족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정신분열증을 직접적으로 물려받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정신분열증 자체가 아니라 정신분열증에 취약한 어떤 유전적 특이소질을 물려받기도 한다. 즉, 정신분열증을 포함한 대부분의 모든 정신장애가 마찬가지이다. 정신분열증에 취약한 어떤 특이소질을 물려받고, 이를 촉발시키는 스트레스가 결합되어 정신장애가 유발된다는 주장을 특이소질-스트레스 모델이라고 한다. 예컨대, 부모로부터 정신분열증의 유전적 취약성을 물려받은 자녀가 살아가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고, 그 역치점을 넘어서게 되면 정신분열증에 걸린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정신분열증에 취약한 특이소질을 지녔다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없다면 정신분열증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정신분열증이 발병했다 하더라도 스트레스가 줄어들면 증상이 감소되고 병전의 기능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음을 가정하고 있다.
■ 심리적 요인 : 지나친 과로, 가족 내 긴장, 부모의 사망, 실연, 해고, 인간관계의 갈등, 군대생활에서의 구타 등 어떤 스트레스나 정신적 충격을 받은 후에 정신분열증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스트레스가 정신분열증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스트레스가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스트레스는 정신분열증의 유전적 취약성이 특이소질을 촉발시키는 요인일 뿐이다. 따라서 스트레스는 정신분열증의 유발인자이거나 증상의 재발 또는 악화와 관련이 있다. 정신분석이론에서는 정신분열증적 증상이 환자에게는 일종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한다. 즉, 심리적 갈등으로부터 자신의 붕괴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타난 것이 정신분열증이라고 한다. 정신분석이론에 따르면 갈등모델, 결손모델, 자아경계의 붕괴모델이 있다. 갈등모델은 신경증과 마찬가지로 이드의 충동과 자아강 간의 정신내적 갈등이 정신분열증으로 표현된 것이고, 정신분열증이 신경증보다 심리적 갈등과 방어기제가 훨씬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한다. 결손모델은 이드 충동의 극복을 시도하며 외부세계로 향해졌던 리비도의 에너지가 점차 내부로 향하여 자폐적 세계로 철수하게 되면 심리적 적응기능이 손상되어 정신분열증이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자아경계의 붕괴모델은 외부적 자아경계와 내부적 자아경계에 투여되는 에너지의 불균형 때문에 정신분열증이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이들 이론은 모두 자아기능의 약화 또는 손상과 관련이 있다. 한편,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발병 전 성격은 대체로 분열성 성격과 분열형 성격이 많다.
■ 인지적 요인 : 정신분열증 환자는 주의 기능에 결함이 있고, 이로 인해 사고장애를 나타낸다. 주의 기능의 손상은 두 자기 방향이다. 즉, 주의 폭이 지나치게 확대된 경우와 주의 폭이 지나치게 협소해진 경우이다. 주의 폭이 지나치게 확대되었다면, 외부 자극에 대해 매우 예민한 반응을 나타내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부적절한 정보를 억제하지 못하므로 많은 정보가 밀려들어와 정보의 홍수에 빠져들게 되고 그 결과 심한 심리적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 망상을 발달시키기도 하고, 외부자극에 대해 무감각한 태도를 취하기도 하고,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고 고립된 생활을 하기도 한다. 또 의식에 침투하는 부적절한 많은 정보들을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논리적이고 와해된 사고와 언행을 나타낸다. 예컨대, 망상형 정신분열증 환자나 급성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이 경우에 속한다. 반대로 주의 폭이 지나치게 협소해졌다면, 외부 자극을 잘 포착하지 못하고 매우 둔감한 반응을 나타내며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전혀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 결과 냉담하고 자신만의 세계로 철폐하게 된다. 예컨대, 비망상형 정신분열증 환자나 만성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이 경우에 속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공통적으로는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주의 기능에 결함이 초래되고, 이는 다시 인지적 - 지각적 판단에 방해를 초래하고 사고장애를 유발하여 정신분열증적 증상을 지속시키게 된다. 따라서 인지적 요인은 정신분열증의 원인적 요인이라기보다는 정신분열증의 결과적 요인이고, 이로 인해 인지적 -지각적 변화가 초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지적 결함은 정신분열증의 재발 요인과도 관련이 깊고, 전두엽 피질의 기능이상 때문이라고 한다.
■ 명명모델과 경험적 모델 : 정신분열증이라는 장애 그 자체는 사회적으로 습득한 역할에 불과하다는 관점이 명명모델이다. 이 모델에서는 장애의 원인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대신 개인에게 어떤 특정한 진단명이 부여되었느냐, 즉 명명되었느냐를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정상인도 정신분열증적 증상과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는데 우연히 운이 나빠서 잘못 판단되어 이상으로 진단되는 일이 많이 있다. 그 이후에는 그에게 정신병자라는 사회적 역할이 주어지게 되고, 병원에서는 의사와 간호사의 주의 대상이 되고, 직업도 갖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도 면제를 받게 된다.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도 달라지게 되고, 다른 사람이 그에게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그가 수행하는 사회적 역할은 곧 장애를 뜻하며 이는 명명과정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정신분열증은 고의적으로 자신의 진단을 조작할 수 있다. 정신분열증은 질병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경험이나 행동을 표출한 것에 불과하다는 관점이 있는데, 이를 경험적 모델이라고 한다. 예컨대, 부모로부터 모순된 압력을 받게 되면 자녀는 어리둥절하며 궁지에 빠지게 되고, 자신에 대해 적절한 감정을 가질 수 없게 되고, 결국 부모의 그런 태도에는 뭔가 타당하고 잠재적인 의미가 있고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압력은 받아들여질 수 없는 환경적 요구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신을 더 이상 변화시킬 수 없게 되고, 내부의 세계로 파고들게 되는데, 이때 퇴행적 변화가 오게 되고 점차 환각적 세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정신분열증적 경험이나 행동은 삶을 추구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책략이요, 자신의 진실한 내적 자아발견을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2) 정신분열증의 치료
- 정신분열증의 치료는 1950년대에 항정신제라고 부르는 수많은 약들이 개발되면서 크게 발전하였다. 이와 같은 약들은 흔히 신경이완제라고도 한다. 항정신제는 약물의 종류에 따라 흥분과 초조감 등의 흥분성 증상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고, 흥미결여나 자폐적 위축 등의 결핍성 증상을 호전시키는 효과도 있으며, 환각이나 망상 등의 양성 증상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이렇게 항정신제의 치료 효과는 크지만 부작용도 많다. 따라서 정신분열증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함께 반드시 심리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심리치료에는 정신역동치료, 사회기술훈련, 인지행동치료, 가족치료 등이 적용되고 있다. 정신역동치료는 환자와의 지지적 관계형성을 통해 정신분석에 기초한 자아기능을 강화시키는데 초점이 있다. 사회기술훈련은 주로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대인관계의 향상과 사회적 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의 부적응적인 사고내용을 변화시키고 인지적 적응능력을 향상시키며 부적응적인 행동을 수정하는 것에 있다. 가족치료는 비정상적인 가족관계를 정상적인 가족관계로 바꾸어주는 것에 있고, 이를 위해 환자와 가족 간에 효과적인 감정표현과 원만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에 있다. 특히 가족치료에서 배우자, 부모와 자녀들은 자신들이 왜 치료 팀의 일원인지, 그리고 정신분열증과 싸우는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배우도록 해주어야 한다. 집단치료를 통해 환자가 동료들로부터 지지와 격려를 받는 동시에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술을 익히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신분열증의 경우 약물치료를 잘 받는 환자는 심리치료에도 잘 임하는 경향이 있다. 약물치료를 포함한 여러 치료방법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전기충격치료가 시행되기도 하는데, 경우에 따라 극적인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 "사례중심의 이상심리학"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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