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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과 정서 본문
- 성격의 핵심적 측면 중 하나는 정서를 경험하고 표현하는 방식이다. 사소한 일에도 까칠하게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충분히 화날 만한 일에도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늘 걱정이 많고 불안 수준이 높은 사람이 있는 반면, 위험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평소에 특별한 일이 없어도 명랑한 사람이 있는 반면, 항상 침울한 사람이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 자주 경험하는 정서의 유형과 그러한 정서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각기 다르다.
1. 정서란 무엇인가
- 정서(emotion)는 외부적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경험하게 되는 느낌을 말한다. 정서는 주로 외부적 자극에 의해 유발되지만 때로는 내부적 자극(예: 기억, 상상, 생각 등)에 의해서 유발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의 정서는 매우 다양하지만 흔히 사회적 맥락에서 체험된다. 정서는 크게 세 가지 요소, 즉 정서적 체험, 생리적 반응 그리고 행동준비성으로 구성된다.
정서의 첫 번째 요소는 유쾌함 - 불쾌함 또는 좋음 - 싫음 등을 포함하는 주관적인 정서적 체험이다. 정서는 개인이 추구하는 목표와 관련된 사건에 대한 의식적·무의식적 평가에 의해서 유발된다. 일반적으로 목표 달성이 진전되고 있다고 평가될 때는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반면, 목표 달성이 방해받고 있다고 평가될 때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둘째, 정서는 생리적 반응을 수반한다. 특정한 정서는 그에 상응하는 자율신경계의 생리적 반응을 동반하게 된다. 예컨대, 불안을 느끼게 되면 근육이 긴장되고 심장이 빨리 뛰며 소화가 활동이 위축된다.
마지막으로, 정서의 핵심적 요소는 행동준비성이다. 특정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 그와 관련된 특정한 행동을 표출해야 할 것 같은 압력을 받음으로써 그러한 행동을 할 준비를 하게 된다. 예컨대, 두려움을 느끼면 도망가는 행동을 준비하게 되는 반면, 분노를 느끼면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동을 준비하게 된다. 특정한 정사와 행동의 연합은 오랜 진화과정에서 생존과 적응을 위해 형성되어 온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행동준비성은 정서를 유발한 사건에 대해서 효과적인 대처를 하도록 돕는 정서의 핵심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2. 정서의 분류
- 인간이 경험하는 정서는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기본정서와 복합정서로 구분될 수 있다. Ekman(1993)은 인간의 다양한 정서 중에 여러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인식될 뿐만 아니라 후천적인 경험에 의해서 학습되지 않는 기본정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기본정서는 진화과정에서 발전한 핵심적 정서로서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얼굴 근육의 패턴으로 구성된 표정으로 나타난다. Ekman은 여러 문화권에서 공통적인 표정으로 나타나는 기본정서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본정서의 표정은 여러 문화권에서 잘 인식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연구에 근거하여 그는 6개의 정서, 즉 분노(anger), 혐오(disgust), 공포(fear), 행복(happiness), 슬픔(sadness), 놀람(surprise)을 기본정서로 분류했다.
- Plutchik(2002)은 Ekman의 주장을 발전시켜 8개의 기본정서로 구성된 정서의 원형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긍정성과 부정성에 근거하여 상반되는 4개의 정서 쌍, 즉 기쁨(joy) 대 슬픔(sadness), 분노(anger) 대 공포(fear), 신뢰(trust) 대 혐오(disgust), 놀람(surprise) 대 기대(anticipation)를 제시하고 이러한 8개의 정서를 기본정서로 여겼다. 그에 따르면, 복합정서는 이러한 기본정서들의 혼합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애정은 기쁨과 신뢰, 불만은 슬픔과 놀람, 낙관은 기대와 기쁨이 혼합된 것이다.
- 정서의 원형모델에 따르면, 8개의 기본정서들은 인접성의 정도에 따라 상호유사성의 정도가 결정되며, 바퀴의 양극에 있는 정서들은 서로 반대되는 관계의 정서임을 나타낸다. 즉, 분노는 공포와 반대되는 정서로 분류되고 있으며, 혐오 및 기대와 인접하고 있다. 정서는 강도나 흥분 수준에 따라 연속선상에 놓일 수 있는데, 분노는 성가심 - 분노 - 격노의 순서로 강해질 수 있다. 분노는 혐오와 혼합되어 경멸을 유발할 수 있고, 기대와 혼합되면 공격성을 유발할 수 있다.
- 인간이 경험하는 다양한 정서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정서를 몇 개의 차원에 체계적으로 분류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한 노력을 기울인 사람 중 하나인 Russell(1980)은 사람들에게 28개의 정서단어들을 유사성에 근거하여 평정하게 하였다. 다차원기법을 사용하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서는 크게 두 차원, 즉 유쾌 - 불쾌 차원과 각성 - 비각성 차원 상에 배열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3.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1) 정서조절 체계 모델
- 인간은 매우 다양한 정서를 경험할 뿐만 아니라 행동적 반응도 다양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에는 다양한 정서를 유발하고 반응하도록 만드는 여러 유형의 신경경로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제시된 정서조절 체계 모델은 뇌에 세 가지 유형의 정서조절 체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는 위협 - 보호 체계로서 위험을 빠르게 탐지하여 대처반응을 하게 한다. 이 체계는 우리에게 불안, 증오, 혐오감과 같은 폭발적 감정을 일으키고 이러한 감정들이 몸으로 전파되어 우리에게 경계심을 갖게 하며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하도록 한다. 이 체계는 편도체와 시상하부 - 뇌하수체 - 부신 축과 같은 특정한 뇌의 부분에서 작동한다. 이 체계가 작동하면 우리 마음의 모든 기능들은 안전과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의, 생각, 추론, 행동, 정서, 동기의 초점을 모두 위협에 맞추게 된다.
두 번째는 추동 - 활력 체계로서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필요한 자원을 찾도록 안내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긍정적 감정을 제공해 준다. 우리는 좋은 것(예: 음식, 섹스, 안락, 우정, 인정)을 추구하고 소비하며 성취하도록 동기화함으로써 즐거움을 느낀다. 추동 - 활력 체계는 우리 뇌에 있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에 의해서 영향을 받으며 한번 활성화되면 점점 더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추동 -활력 체계는 단기적으로는 마음이 활성화된 긍정적 감정과 동기들에 초점을 맞추도록 돕는다. 그러나 추구하는 것이 방해되거나 좌절되면 위협체계가 활성화된다.
마지막은 진정 - 안전 체계로서 진정과 휴식 그리고 평화로운 느낌을 일으켜 균형을 회복하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없고 무언가를 성취해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할 때, 현재 상태에 만족하며 행복함을 느낀다. 이는 무언가를 갈망하거나 원하지 않는 내적으로 평온한 상태로서 고조되거나 흥분된 상태와는 다른 긍정적인 정서상태다. 이러한 진정과 안전감에는 엔도르핀이나 옥시토신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한다. 특히 옥시토신은 사회적 관계에서 안전한 느낌을 받을 때 방출되는 호르몬으로서 타인으로부터 사랑받고 소중하게 여겨지며 보호받는 느낌의 행복감을 유발한다. 마음의 안전감은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만족감과 평온감을 가지게 하며 느긋하게 집중하고 탐색할 수 있게 해 준다. 진정 - 안전 체계와 가장 관련성이 깊은 것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온화함이다. 최근에 관심을 받고 있는 자기 자비는 진정 - 안전 체계를 활성화시켜 엔도르핀이나 옥시토신의 방출을 유도하여 안전감과 평온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2) 신체적 반응과 인지적 피드백
- 정서경험에는 신체적 반응과 인지적 평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서반응이 동반하는 신체적 변화는 심박률, 혈압, 신체조직 간의 혈류의 변화, 내분비선의 활성화, 특정한 근육의 긴장, 얼굴 표정 등의 변화를 포함한다. 인지적 요소는 정서경험을 유발한 자극 및 상황에 대한 인지적 해석과 평가를 의미한다. 우리는 두렵기 때문에 도망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William James(1890)는 「심리학의 원리」에서 정서가 신체반응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반응이 정서경험에 선행한다고 주장했다. 심장이 고동치고 떨리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 특히 얼굴 표정, 즉 안면근육의 변화에 대한 피드백이 정서경험에 매우 중요하다. 억지로라도 웃는 표정을 지으면 주관적으로 더 행복한 느낌을 느끼게 된다. 안면 마취제를 통해서 얼굴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감정이 둔해지거나 느껴지지 않는다. 한 실험에서는 참가들로 하여금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공포, 분노, 슬픔, 행복의 얼굴 표정을 모방하여 얼굴 근육을 수축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특정 정서의 얼굴 표정을 따라 얼굴 근육을 수축시킨 참가자들은 그가 모방한 정서를 더 많이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결과는 자신이 특정 정서를 모방하여 얼굴 근육을 수축시켰다는 사실을 자각했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나타났다.
- 정서경험에 있어서 자극상황에 대한 인지적 평가가 중요하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Schachter와 Singer(1962)는 인지적 평가가 정서경험에 중요하다는 정서의 인지 피드백 이론을 제시했다. 이들에 따르면, 정서의 느낌은 신체 반응에 대한 운동감각적 피드백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반응을 유발하는 자극상황에 대한 지각과 사고에 의존한다. 자극상황에 대한 인지적 평가는 어떤 정서를 경험할 것인지 결정하며, 신체적 흥분의 정도에 대한 운동감각적 피드백은 정서의 강도를 결정한다.
(3) 정서조절방략
-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불쾌한 부정 정서를 경험할 때 이러한 부정 정서에 대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울하거나 불안하면 집 안에 칩거하며 사람 만나기를 회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친구를 만나 대화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다. 불쾌한 부정 정서를 잘 해소하여 조절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Freud는 불안에 대처하는 방어기제를 제시하고 개인이 자주 사용하는 방어기제에 따라 성격유형과 심리적 적응상태가 달라질 수 있음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에 심리학 분야에서는 정서조절이라는 개념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 Kopp(1989)은 정서조절을 긍정 정서와 부정 정서 간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Westen(1994)은 유쾌한 정서를 극대화하고 불쾌한 정서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식적·무의식적 과정이라고 정의한 바 있으나, 부정 정서 역시 적응적 기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긍정 정서도 과도한 경우에는 부적응 상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Westen의 정의는 적절치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Lazarus와 Folkman(1984)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정서조절방략을 크게 두 가지, 즉 문제초점적 대처와 정서초점적 대처로 구분하였다. 문제초점적 대처는 문제와 상황 자체를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로서 문제를 규정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문제해결 전략들이 이에 속한다. 정서초점적 대처는 문제로 인해 유발된 정서적 반응을 조절하기 위한 활동들에 참여하는 것으로 회피, 선택적 주의, 긍정적 측면 보기, 인지적 재평가 등이 해당된다.
- Nolen(1991)는 우울이 심한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정서조절방략으로 반추와 주의분산을 제시했다. 반추는 우울한 기분이 들 때 부정 정서나 피곤함과 같은 우울 증상 및 그 의미에 주의를 계속 맞추는 사고와 행동을 뜻하며, 주의분산은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쾌하고 중성적인 활동으로 주의를 돌리는 반응을 의미한다. Nolen는 반추가 우울을 유지시키고 보다 심화시키는 반면, 주의전환은 우울을 경감시키고 우울의 지속시간이 짧아지도록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여러 실증적 연구를 통해 입증하였다. 우울이 심한 사람들은 반추와 회피를 주로 사용하지만 지지 추구, 문제해결, 인지적 재구성과 같은 능동적인 방략은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 이해를 위한 성격심리학"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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