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의 정의

 

- 누군가의 성격을 묘사하는 작업은 심리학자가 되는 일과 유사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가끔씩은 심리학자가 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때때로 다른 사람은 어떤가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당신이 누군가를 어떻게 묘사하고 그런 묘사가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할 때, 당신은 심리학자가 공식적으로 하는 작업을 비공식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일상에서 하는 작업과 심리학자가 하는 작업은 초점이 조금 다르다. 일상어로서 성격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는 특정한 사람의 특정한 성격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 심리학자는 보다 추상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심리학자가 성격(personality)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는 모든 사람의 성격이 갖추고 있는 일반적인 개념을 의미한다.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방식으로 조망한다면 성격은 무엇일까? 심리학자는 성격을 어떻게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에 대해 오랫동안 논쟁해 왔다. 성격에 관한 많은 정의가 제안되었지만 아직 어느 정의도 이구동성으로 수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성격은 여전히 실체를 잡기가 어려운 매우 미묘한 개념이다. 

 

1. 사람들은 왜 일상에서 성격이란 개념을 사용하는가

- 성격 개념을 정의하기 위해, 우리는 그 단어가 왜 사용되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어의 용처를 이해하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신이 성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다른 단어가 아닌 왜 그 용어를 사용하는가?

성격이라는 단어를 택하게 되는 한 가지 이유는 어떤 사람에 관한 일관성(consistency)이나 연속성(continuity)의 느낌을 전달하려는 것이다. 몇 가지 종류의 일관성이 있겠지만, 이 모두는 성격이라는 개념을 연상시킨다. 당신은 여러 시기에 걸친 일관성을 볼 수도 있고, 유사한 상황에 걸친 일관성을 관찰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서로 꽤 달라 보이는 상황에 걸친 일관성을 깨달을 수도 있다. 이런 예에서 당신은 상대방이 모든 시간과 상황에서 일관된 방식으로 행위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 사람이 어떤 경우에나 동일한 인물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느낌을 갖는다. 성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한 가지 이유는 이와 같이 한 사람 내부의 일관성이나 연속성에 관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다. 

 

- 성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두 번째 이유는 그 사람이 행하고 있는 것이 본인 내부에서 유래한다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어서다. 행동이 그 사람의 내부에서 유래한다는 생각은 다시 언급할 가치가 없어 보일 정도로 자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성격이라는 용어는 사람 내부에서 나오는 인과적 힘으로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그러나 실상 성격이 행동의 원인이라기보다는 중요한 행동의 결과라고 주장할 만한 상당한 이유도 있다. 

 

- 우리는 다른 사람(심지어는 자신)의 행동을 예측하고 이해하려 할 때, 위에서 기술한 성격의 두 가지 개념을 함께 결합해서 사용한다. 행동을 예측하는 일은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당신에게 내년 한 해 당신과 함께 같은 방을 사용할 사람을 고르라고 한다면, 당신은 아마 자신이 과연 그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을까를 예측해 보려 할 것이다. 약속 시간에 늘 늦게 오는 친구에게는 영화가 실제로는 8시 반에 시작하더라도 8시에 시작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 친구가 약속 시간보다 어느 정도 늦게 도착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예측에서 한 가지 중요한 정보원은 상대방의 성격이 어떤가에 대한 당신의 견해다. 

 

- 성격이라는 단어는 또 다른 이유로도 사용된다. 그 이유는 소수의  현저한 특징이 그 사람의 행동에서 매우 지배적이기 때문에 그것이 그 사람에 대한 요약이 된다는 느낌을 전달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 카렌이 사교적인 성격이라는 말은 사교성이 그녀의 행동에서 두드러짐을 의미한다. 타냐가 적대적인 사람이라는 말은 적대감이 그녀에 핵심 특징임을 뜻한다.

어떤 사람에게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집어내어 이야기하는 것은 그 특징이 그 사람의 진수를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에 

성격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이 성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탐색해 봄으로써 우리는 성격의 정의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즉, 성격이란 단어는 일관성, 개인 내부의 원인 및 독특성의 느낌을 전달한다. 이런 성격의 속성은 성격에 관한 모든 정의에 포함되어 있다. 

 

2. 실무적 정의

- 다음에 성격에 대한 한 가지 정의가 있다. 우리는 이 정의가  '정답'이라고 여기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Gordon  Allport(1961)가 내린 정의를 조금 변형해서 성격을  "한 개인의 독특한 행동과 사고 및 감정의 패턴을 창조해 내는, 개인 내부에 있는 심리신체 체계의 역동 조직"으로 정의한다. 

 

이 정의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점을 지적한다. 

 

● 성격은 개별 조각의 단순한 축적이 아닌 조직이다.

● 성격은 수동적 존재가 아닌 일종의 과정이다.

● 성격은 심리적 개념이나 물리적 신체와도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 성격은 그 사람이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를 결정하게 도와주는 인과력이다.

● 성격은 재현과 일관성을 특징으로 하는 패턴으로 드러난다.

● 성격은 한 가지 방식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행동, 사고, 감정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정의는 많은 것을 포괄한다. 성격을 개념화할 때 포함해야 할 몇 가지 요소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정의가  '어느 정도 좋다'는 의미이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주의 깊게 성격을 정의해도 중요한 일부 요소는 우리 손가락 사이를 술술 빠져나가 버린다. 성격심리학자는 오랫동안 이런 미묘한 문제와 씨름해 왔다. 

 

3. 성격심리학의 두 가지 기본 쟁점

- 두 가지 주제가 성격에 관한 논의에서 두드러진다. 그 하나는 개인차의 존재에 관한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서로 다르다. 일란성쌍둥이의 경우도 서로 똑같지 않다. 어느 두 사람도 완벽하게 같지는 않다. 어떤 사람은 전반적으로 행복하고 어느 사람은 슬프다. 어떤 이는 사교적이고 다른 이는 수줍어한다. 앞서도 말했듯이, 성격이라는 말을 쓰는 한 가지 이우는 어떤 사람의 중심 특성을 집어내기 위해서다. 만약 사람들이 서로 구별되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개인차 혹은 개성이라는 개념이 성격이라는 용어의 일상 용례에서 핵심이 된다. 

 

- 개인차는 성격을 이해하려고 하는 이론가에게도 중요하다. 성격에 대한 어떤 접근법이 유용하려면 개인차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성격을 제대로 헤아리기 위해서는 그 개인차가 어디에서 유래하는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울러 그 개인차가 왜 중요한가에 대해서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 다른 하나의 쟁점은 개인 내 기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개인 내 기능은 그 개인 내부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과정, 즉 Allport(1961)가 성격을 정의하면서 체계의  "역동적 조직"이라고 불렀던 바로 그 과정을 뜻한다. 이런 아이디어는 성격이 당신이 접하게 되는 각 상황에서 똑같이 찍어 내는 고무도장 같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 준다. 그보다는 당신이 행하는 바로 그 방식으로 행동하게 이끄는, 당신 내부에서 진행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과정은 비록 상이한 상황에서 상이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 내부에 어떤 연속성이 있다는 느낌을 창조해 낸다. 즉, 상이한 상황에서 다른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동일한 과정이 관여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일부 심리학자는 인간의 행동이 동기의 산물이라 믿는다. 그런데 동기적 경향성은 시간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 올라가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특정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동기가 그 시점에서의 행동을 결정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4시간 동안 혼자서 일을 하다가, 다음 몇 시간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그다음 저녁을 먹고, 그다음은 독서를 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이런 행동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가 그날의 각 시점이나 상황에서 변화해 가는 동기의 강도에서 유래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성격에 대한 이런 견해에서는 동기가 핵심 변인이다. 이 견해에서는 동기의 강도가 변화하는 것이 개인 내 기능의 과정이다. 

 

- 이것은 단지 개인 내 과정의 한 예에 불과하며 이와 다른 종류의 과정도 가정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어떤 종류의 과정을 가정하느냐에 관계없이 과정이라는 아이디어 그 자체가 중요하다. 보다 완전한 성격이론이 되기 위해서는 성격의 기초가 되는 과정과 그것이 어떻게 그리고 왜 작동하는가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 성격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은 이런 두 가지 쟁점 중에서 어느 것을 어느 정도나 강조하는가에 따라 다르다. 어떤 접근은 개인 내 과정을 강조하고 주로 개인 내 과정에 대한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이에 반해 어떤 접근은 개인의 독특성을 성격의 가장 중요한 측면으로 취급하며 내부에서 발생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취한다. 이런 강조점의 차이가 성격이론의 다양성을 빚어낸다.

 

 

 

 

 

◆"성격심리학 성격에 대한 관점"에서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