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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본적 욕구 본문
-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은 무엇일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 존재일까? 이러한 물음은 인간의 보편적 성향, 즉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인간의 심리적 구조는 매우 복잡하고 다충적이어서 인간은 자신이 특정한 행동을 하는 진정한 동기를 자각하기 어렵다. 개인이 스스로 보고하는 행동의 이유는 흔히 피상적인 것이거나 왜곡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 인간의 욕구에 대한 논란 중 하나는 동기의 무의식성이다. Freud를 비롯한 정신역동적 입장을 지닌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스스로 자각할 수 없거나 쉽게 자각되지 않은 무의식적 욕구에 의해서 살아간다. 특히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는 무의식의 저변에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각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가 의식하는 욕구나 동기는 대부분 여러 가지 심리적 기제들에 의해서 변형되거나 왜곡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의식에 존재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까? 그러한 기본적인 욕망은 과연 무엇일까? 심리학자들은 개인의 내면세계에 대한 깊은 탐색과 실증적 자료에 근거하여 인간의 기본적 욕망에 대한 다양한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
1. 진화심리학의 입장
- 진화론을 주장한 Darwin은 인간의 욕망 역시 진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동물과 다를 바가 없으며, 인간의 욕망은 동물이 지니는 본능과 유사한 것이다. 다만 인간은 동물과 달리 본능적 욕망을 통제할 수 있을 뿐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욕망과 행동은 생물학적 구조에 의해서 유발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생물학적 구조는 오랜 진화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적응을 위해 선택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모든 욕망과 행동은 개체의 생존과 종의 보전을 돕기 위한 것이다.
- Darwin의 주장은 현대에 들어와서 진화심리학으로 발전했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궁극적으로 생존과 번식을 추구하는 존재다. 인간의 다양한 심리적 기제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화과정에서 적응적인 것으로 선택된 것이다. 첫째,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의식주와 안전에 대한 욕구를 지닌다. 또한 다른 종의 위협으로부터 질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적 위협에 투쟁하도록 설계된 불안과 공포를 지닌다. 둘째, 번식을 위해 짝짓기의 욕구를 지닌다. 즉, 이성을 유혹하고 성행위를 통해 후세를 생산하려는 욕구를 지닌다. 셋째, 인간은 양육의 욕구를 지닌다. 이는 출생한 어린 자식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양육하기 위한 욕구다. 이러한 욕구들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를 구성하고 있다. 또한 남자와 여자는 진화 과정에서 담당한 역할과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심리적 본성과 기제를 지닌다.
2. Freud의 정신분석적 입장
- Freud는 Darwin의 진화론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이다. 그는 자유연상과 꿈 분석을 이용한 심리치료 과정에서 많은 내담자들이 성적인 주제를 떠올리는 것을 관찰했다. Freud는 이러한 치료경험과 자기 분석을 통해서 성욕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이며 다른 욕구들은 성욕으로부터 파생된 것이거나 방어기제에 의해서 변형된 것이라고 여겼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출생 시부터 원초적인 성욕, 즉 성적인 에너지를 지니고 태어난다. 성적인 에너지는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심리적 구조의 골격을 이루는데, 이것이 원초아다. 원초아(id)는 성적인 충동이자 에너지로서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는 쾌락원리를 따른다. 성적 욕구는 사회의 도덕적 기준에 위배되기 때문에 억압되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게 되지만, 인간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 Freud는 말년에 세계대전과 딸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공격적 욕구 또한 매우 보편적이고 강력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삶의 본능(eros)인 성욕과 죽음의 본능(thanatos)인 공격욕이 인간의 주된 두 가지 욕구라는 이중 본능 이론을 제시했다. 자기 소멸과 파괴를 향한 죽음의 본능에서 유래하는 공격적 욕구를 근원적 욕구의 하나로 제안했으나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3. Jung의 분석심리학적 입장
- Jung은 인간의 정신을 생물학적인 과정의 결과로 보려는 생물학적 환원주의를 경계하는 입장을 취했다. 아울러 무의식의 핵심인 자기(self)가 확장되어 개인의 정신세계 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려는 개성화를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동력으로 보았다.
- Jung은 인간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동력이 무의식에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에 따르면, 무의식은 개인적 무의식과 집단적 무의식으로 구분된다. 개인적 무의식은 출생 이후의 후천적 경험이 누적된 것으로서 개인마다 독특한 내용을 지닌다. 반면에 집단적 무의식은 인류의 공통적 경험이 개인에게 전달된 심층적인 정신세계로서 개인의 삶을 특정한 방식으로 안내하는 경향성을 지닌다. 이러한 집단적 무의식의 핵심에 자기가 존재한다. 자기는 개인의 정신세계를 조절하는 중심체계로서 의식, 개인적 무의식, 집단적 무의식의 욕구들을 통합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처럼 자기가 다양한 심리적 성향과 욕구의 갈등을 통합함으로써 정신적 완전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개성화다. Jung에 따르면, 인생은 개성화를 향해 나아간다.
4. Adler의 개인심리학적 입장
- Adler는 열등감과 이를 보상하려는 욕구를 인간의 기본적 동기로 보았다. 어린 시절에 심한 신체적 열등감을 경험한 바 있은 Adler는 신체 기관에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이를 보상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는 것을 관찰하면서 열등감과 그에 대한 보상 욕구가 인생 전반에 걸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물론 인생의 모습을 결정하는 것은 열등감 자체보다는 이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 인간은 평생 열등감을 극복하고 우월감을 추구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한다. Adler가 말하는 우월이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여 유능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는 한때 이러한 경향을 권력에의 의지라고 표현한 바 있으나 나중에 우월의 추구하고 개칭했다. 그는 우월의 욕구가 인류와 개인의 성장 및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겼다.
5. 대상관계 이론의 입장
- 대상관계 이론은 Freud의 이론으로부터 파생되어 발전한 현대 정신분석이론의 한 부류다. 대상관계 이론에서는 관계형성 욕구를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동기로 여긴다. 대상관계 이론에서 말하는 대상은 인간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뜻한다.
- 대상관계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는 대상, 즉 타자와 친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욕구다. 이러한 주장은 신생아가 생리적 욕구의 충족보다 어머니와의 애착형성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관계형성 욕구를 지닌 신생아는 양육자,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경험에 근거하여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틀을 형성한다. 어머니와의 초기 경험은 자기 표상과 타인표상으로 내면화되어 성격의 기본구조로 자리 잡게 된다. 이러한 내면적 표상은 자신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생애 초기의 부적절한 관계경험은 성인기의 다양한 심리적 갈등과 성격장애의 원인이 된다.
6. 인본주의 심리학의 입장
- 인본주의 심리학자들은 자기실현 욕구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동기라고 주장한다. 자기실현이라는 용어는 '개인이 지닌 모든 잠재력을 발휘하려는 동기'를 지칭하기 위해 Kurt Goldstein(1934)에 의해서 처음 사용되었다. 그에 따르면, 자기실현은 삶을 이끌어 가는 주된 동력으로서 결과적으로 개인의 능력을 최대화하고 인생의 행로를 결정하게 된다.
- 이후에 Maslow(1954)가 자기실현 욕구를 가장 높은 수준의 욕구라고 주장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Maslow에 따르면, 자기실현은 모든 생명체 안에 이미 깃들어 있는 고유한 속성을 표출하고 발현하려는 성향을 의미하며 결핍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성장을 추구하는 욕구다. 따라서 자기실현 욕구는 생리적 욕구를 비롯한 하위욕구가 충족될 때까지 주도적인 것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인간중심치료의 창시자인 Rogers(1961) 역시 자기실현 경향성이 인간의 가장 주된 동기이며 다른 모든 동기의 원천이 된다고 보았다. Rogers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가능성을 능동적으로 펼쳐 가는 긍정적인 존재다. 이러한 자기실현 경향상이 차단되거나 봉쇄되었을 때 인간은 부적응적 문제를 나타나게 된다.
7. 긍정심리학의 입장
-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Seligman(2002a)에 따르면,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다. 행복은 크게 긍정 정서, 잠재력 발현과 몰입, 의미감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행복의 첫째 요소인 긍정 정서는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려는 인간의 기본적인 성향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즐거운 삶을 통해 실현된다. 둘째 요소인 잠재력 발현은 자기실현 욕구와 관련된 것으로서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몰두하는 몰입적 삶을 통해 구현된다. 행복의 셋째 요소인 의미감은 인간의 의미추구 욕구를 반영하는 것으로서 자신보다 더 큰 것(예: 가족, 직장, 사회, 국가, 인류)을 위해 공헌하는 의미 있는 삶을 통해서 구현될 수 있다. 즉, 즐거운 기분을 느끼면서 자신의 일에 몰입하며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세 요소를 조화롭게 잘 충족하는 것이 행복한 삶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 Ryan과 Deci(2000)는 인간의 동기를 외재적 동기와 내재적 동기로 구분한다. 외재적 공기는 외부의 보상을 추구하기 위한 것인 반면, 내재적 동기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내면적인 욕구를 뜻한다. 이들은 내재적 동기를 '새롭고 도전적인 것을 추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여 연마하며, 항상 탐구하고 배우고자 하는 선천적 성향'이라고 정의하면서 세 가지의 기본적 욕구를 제시하였다. 그 첫째는 유능성의 욕구로서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숙달된 경험을 추구하는 성향이고, 둘째는 관계성의 욕구로서 서로에게 지지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성향이며, 셋째는 자율성의 욕구로서 삶의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결정을 내리고자 하는 성향이다. 이러한 성향은 자발적인 동기를 촉발할 뿐만 아니라 성격 통합의 바탕이 된다.
◆"인간 이해를 위한 성격심리학"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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