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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공포증(agoraphobia) 본문
당신은 하기 두려워하는 것과 가기 두려워하는 곳이 많이 있는가?
- 광장공포증(agoraphobia)은 특정한 장소나 상황에 대해 강한 공포와 불안이 나타나고, 그러한 장소나 상황을 회피하려는 행동이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즉 (1) 진단기준 1의 5가지 중 2개 이상의 상황에 대해 뚜렷한 공포나 불안이 나타나고,
(2) 이러한 공포 유발 상황에 노출되면 거의 예외 없이 공포와 불안이 유발되며,
(3) 공포 유발 상황들을 적극적으로 회피하려고 하고,
(4) 이러한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어 생활 전반에 걸쳐 심각한 고통을 겪거나 부적응적 증상들이 초래되는 경우 광장공포증으로 진단된다.
- 광장공포증은 공황장애와 특정 공포증 상황형의 특성을 공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광장공포증 환자는 두려워하는 장소에서 흔히 공황발작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광장공포증은 특정 공포증의 상황형과 차이가 있다. 광장공포증을 지닌 사람은 특정한 상황에서 공황 증상이 나타날 것을 두려워하는 반면, 특정 공포증을 지닌 사람은 특정 상황 자체에 의한 손상(예: 비행공포증은 비행기의 추락 사고에 대한 공포, 고소공포증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을 것에 대한 공포)을 두려워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광장공포증은 진단 기준 1의 5가지 상황 중 2개 이상에서 공포를 느껴야 하지만, 특정 공포증의 상황형은 1가지의 상황에만 공포가 제한되는 경우이다. 광장공포증은 사회불안장애(예: 사회적 상황에만 국한되어 공포, 불안, 회피가 나타나는 경우)와도 차이가 있다.
- 광장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 극장에 가는 것, 외출하는 것,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혼자서 산책하는 것은 물론 혼자 집에 있을 때에도 불합리하게 강한 공포를 느낀다. 이들은 본인이 두려워하는 장소에서 급작스럽게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집 밖에서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고, 밖에 나갈 경우에는 누군가와 꼭 동행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이 특정 장소나 상황 때문에 유발된 것으로 생각한 나머지 그러한 장소나 상황을 회피하려고 하고, 증상이 심해지면 나중에는 두문불출하게 된다. 예컨대, 기차여행도중 최초의 공황발작을 경험한 사람은 그 발작이 기차 때문에 생긴 것으로 생각하고 기치만 보아도 회피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따라서 광장공포증은 공포상황과 공황발작이 결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치과의사와 약속하는 것, 터널을 통과하는 것, 자동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는 것, 심지어 이발소에 가는 것 등을 두려워하는 것은 모두 공포상황과 공황발작이 결합되어 형성된 것이다.
- 광장공포증의 1년 유병률은 1.7% 정도이다. 18~54세 사이의 미국 성인인구에서는 약 2.2%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정도 더 많고, 공황발작, 이인증, 불안, 실망, 무력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치료를 받고자 하는 공포증의 약 60%는 광장공포증인데, 여성이 대략 66% 정도를 차지한다. 발병 연령은 18~40세 사이이고, 발병 평균연령은 24~25세로 20대 중반이 가장 많다. 경과 양상은 만성적으로 진행되는데, 그 과정은 다양하다. 보통 반복적으로 공황발작을 경험하게 되면 공황장애의 진단을 받게 되고, 대부분은 첫 1년 이내에 광장공포증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공황발작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광장공포증이 만성화되는 경우도 흔하다. 만약 개인이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의 진단기준에 부합되면, 두 진단이 함께 내려진다. 광장공포증을 지닌 사람은 심한 실망감이나 무력감을 호소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오진되는 사례도 많다. 실제 광장공포증 가운데 공황발작 전후로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이 상당수에 이른다.
《 광장공포증의 진단 기준 》
1. 다음 5가지 중 2가지 이상의 상황에 대해 뚜렷한 공포나 불안을 나타낸다. 1)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예: 자동차, 버스, 기차, 배, 비행기) 2) 개방된 공간에 있는 것(예: 주차장, 시장, 다리) 3) 폐쇄된 공간에 있는 것(예: 쇼핑몰, 극장, 영화관) 4) 줄을 서 있거나 군중 속에 있는 것 5) 집 밖에 혼자 있는 것 2. 이러한 상황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는 이유는 공황과 유사한 증상이나 무기력하거나 당혹스러운 증상(예: 노인의 경우 쓰러질 것 같은 공포, 실금에 대한 두려움)이 나타날 경우, 그러한 상황을 피하기가 어렵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3. 공포 유발 상황에 노출되면 거의 예외 없이 공포와 불안이 유발된다. 4. 공포 유발 상황들을 적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동반자를 필요로 하거나, 또는 강한 공포와 불안을 지닌 채 견디어 낸다. 5. 공포 유발 상황의 실제적인 위험과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해 볼 때 공포와 불안이 지나치게 심각하다. 6. 공포, 불안 또는 회피가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7. 공포, 불안, 또는 회피가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한다. 8. 만약 다른 의학적 질환(예: 염증성 장 질환, 파킨슨병)이 있다면, 공포, 불안, 또는 회피가 확실하게 과도해야 한다. 9. 공포, 불안, 또는 회피가 다른 정신장애의 증상들로 더 잘 설명되지 않아야 한다. 예컨대, 증상이 특정 공포증(상황형), 사회불안장애(사회적 상황), 강박장애(강박사고), 신체변형장애(지각된 외모 결점이나 결함),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외상적 사건의 회상), 분리불안장애(이별에 대한 공포)로 더 잘 설명되지 않아야 한다. |
- 광장공포증의 원인은 우선 가족배경과 관련되어 있다. 광장공포증 가족 가운데 광장공포증 환자가 많이 발생되는 것은 이 장애에 취약한 생물학적 소인이 전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유전적인 기질적 측면과 관련된 특질불안은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불안이다. 그런데 특질불안 수준이 높은 사람이 어떤 심리적 압박을 주는 스트레스에 직면하게 되면 불안이 더욱 증폭되고, 이 불안은 다시 환경적 조건에 의해서 공황발작을 유발하고, 이 발작에 의해 광장공포증이 유발된다.
- 기질적으로 부적 정동성(높은 신경증적 경향성)이 높은 성격특성도 광장공포증과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부적 정동성이 높을수록 불안한 신체감각을 해로운 것으로 해석하는 불안민감성(anxiety sensitivity)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특질불안과 부적 정동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공황발작이라는 신체적인 내적 경험을 어떤 장소나 상황 때문이라는 외적 원인으로 잘못 귀인 시키는 경향이 높다.
- 인지적 관점에서 공포에 대한 공포가설이 있다. 공포에 대한 공포가설(fear of fear hypothesis)은 공포의 결과로 인해 유발되는 <끔찍한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유발한 선행사건의 잘못된 해석>이라는 2가지 요인으로 집약된다.
끔찍한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이란 공포의 결과로 유발되는 혼란감과 당혹감, 통제 상실, 심장발작, 졸도, 미칠 것 같은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끔찍한 생각들이다.
불안을 유발한 선행사건의 잘못된 해석이란, 예컨대 어떤 사람과 심하게 다툰 후 넓은 길거리에 혼자 서 있을 때 불안을 경험한 사람이 불안의 원인을 대인관계의 갈등이 아니라, 그 넓은 장소였기 때문이라는 잘못된 해석을 하고 그 길거리를 두려워하는 경우이다. 따라서 광장공포증은 '공포에 대한 공포'가 핵심증상이라고 보고 있다.
- 심리적 요인은 아동기의 분리불안(고립불안)이 광장공포증의 원인이 되고, 실제 광장공포증 환자의 60% 이상이 아동기에 학교공포증(예: 애착 대상과 떨어져 있기 때문)을 경험했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아동기에 경험했던 심한 애정결핍도 광장공포증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정신분석이론에서는 광장공포증이 매춘부에 대한 부러움이 억압된 결과라고 한다. 즉, 광장공포증은 여성이 광장에서 만나는 많은 남성과 무작위로 성적인 관계를 맺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의 표시라고 한다. 광장공포증이 흔히 여성에게서 발병된다는 점을 들어 정신분석이론에서는 이를 여성의 장애로 지칭하였다. 이외에도 광장공포증을 지닌 사람은 위험하지 않은 신체 신호를 위협하는 생각으로 잘못된 귀인방식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상승하는 심장박동수를 심장마비나 뇌졸중의 신호로 해석하고, 어지러움을 기절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이러한 신체감각을 통제할 수 없거나 미칠지도 모른다는 파국적 사고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 광장공포증의 치료는 주로 항우울제가 사용된다. 모노아민 산화효소 억제제, 삼환계 항우울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흔히 사용된다. 벤조디아제핀과 같은 항불안제도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약물치료는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만 치료를 중단했을 경우 재발률이 높다. 또 약물치료 단독으로 회피행동을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인지행동치료가 함께 병행되면 치료효과가 매우 좋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의 잘못된 믿음, 장소에 대한 잘못된 정보, 특정 장소에서 나타나는 가벼운 신체감각의 잘못된 해석, 파국적인 상황으로 잘못 인식하는 것을 교정해 주고 동시에 불안반응은 일시적이며 치명적인 것이 아니라는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다. 또 공포유발 장소나 상황에 대한 위계표를 작성해서 점진적인 노출치료(예: 심상적 또는 상상적 노출, 실제적 노출)를 실시하면, 광장공포증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한편, 가족이 환자의 증상 때문에 영향을 받는 경우 가족치료를 함께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 "사례중심의 이상심리학"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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