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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성 기억상실증(dissociative amnesia) 본문
1. 핵심질문
당신은 인생에서 어떤 특정한 사건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는가?
2. 해리성 기억상실증이란
- 해리성 기억상실증(dissociative amnesia)은 자신의 중요한 과거경험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즉 (1) 외상이나 스트레스성으로 자신의 중요한 개인적 정보를 회상하지 못하고(건망증이나 일시적인 망각 때문이 아님), (2) 이로 인해 생활 전반에 걸쳐 심각한 고통을 겪거나 부적응적 증상들이 초래되는 경우 해리성 기억상실증을 진단된다. 해리성 기억상실증은 이전에는 심인성 기억상실증(psychogenic amnesia)으로 불렸던 것이다. 해리성 기억상실증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개인적 기억들, 특히 고통스럽고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기억들에 대하여 '텅 빈 부분'들이 있다. 기억손상은 그 정도에 따라 국소적, 선택적, 일반적, 지속적, 체계적인 기억상실증으로 나눌 수 있다.
- 국소적 기억상실증(localized amnesia)은 특정한 기간 동안에 일어난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매우 고통스러운 힘든 사건을 경험한 후 첫 몇 시간 또는 몇 주간 동안에 일어난 사건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또 가족이 모두 사망한 교통사고에서 살아남은 직후부터 며칠 후까지 어떤 일도 회상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선택적 기억상실증(selective amnesia)은 특정한 기간 동안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을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즉, 특정 기간 동안 일어났던 사건들 가운데 전체가 아닌, 선택적으로 부분적인 것만 회상이 가능한 경우이다. 예컨대, 전투에 참여한 병사가 연속적으로 격렬했던 전투 가운데 단지 일부분만 회상하는 경우이다. 일반화된 기억상실증(generalized amnesia)은 평생 동안 기억력이 손상받은 경우로, 이 유형은 매우 드물다. 예컨대,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치욕적인 강간을 당하거나 강력한 범죄의 희생물이 된 후 그 사실 자체를 평생 동안 회상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지속적 기억상실증(continuous amnesia)은 특정한 시간부터 현재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나타난 사건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체계적 기억상실증(systematized amnesia)은 어떤 특정한 범주(예: 특정한 사람, 특정한 상황)의 정보에 대해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 해리성 기억상실증은 건망증이나 망각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억상실은 지나치게 심각하거나 광범위할 수 있다. 뇌손상이나 뇌기능장애와는 관련이 없다. 교통사고 이후에 생기는 기억상실증은 정신적 트라우마보다는 뇌진탕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 해리성 기억상실증은 심리적 쇼크를 받고 그것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기억이 전부 또는 일부가 해리(분리되어 떨어져 나옴)된 것이다. 그러나 일반 상식이나 지식 등 비개인적인 정보의 기억에는 손상이 없다. 일반 언어능력 및 학습능력도 유지된다. 기억되지 않은 '텅 빈 부분'은 심리적 고통을 유발하는 개인적 정보들이나 어떤 말 못 할 충격적인 사건과 관련된 것에 한정되어 있다. 보통 기억상실은 갑작스럽게 나타나고 대부분 일시적으로 지속되다가 역시 갑작스럽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기억상실과 함께 의식의 혼란이나 현실감각 장애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해리성 기억상실증의 1년 유병률은 미국성인에서 1.8%이고, 남성이 1.0%, 여성이 2.6% 정도이다. 발병 연령은 아동기에서 성인기까지 다양한데, 흔히 사춘기와 청년기에 발병하고 노인기에는 드물다.
- 해리성 기억상실증은 해리성 둔주가 함께 나타나는 유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으로 구분된다. 해리성 둔주는 이전에는 심인성 둔주(psychogenic fugue)로 불렸던 것이다. 둔주는 라틴어 fugere에서 유래된 것인데, 그 뜻은 '도망가다'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해리성 둔주(dissociative fugue)는 해리상태에서 기억상실과 더불어 주거지를 이탈하여 다른 곳으로 여행을 하거나 방황하는 행동을 나타내는 경우를 말한다. 둔주기간은 짧게는 몇 시간, 며칠, 길게는 몇 주, 몇 개월, 아주 길게는 수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 심한 경우 외국으로 여행을 다니는 사례도 있다. 해리성 둔주는 해리성 기억상실증보다 개인 신상에 대한 기억상실이 더 병리적이라는 점, 평소 활동을 하던 장소를 떠나 다른 곳으로 방랑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해리성 둔주 환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기억이나 자신의 인생 사건들을 망각하지만, 세상에 관한 지식들은 잘 보유하고 있다.
- 둔주기간에는 제한적이지만 외관상 어떤 목적이 있어 보이는 여행을 하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새로운 신분이나 직업을 갖고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대개 주위의 이목을 끌지 않고 조용히 고립된 상태로 단순한 직업을 가지고 사는 경우가 많다. 둔주기간 동안 새로운 성격특징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본래의 자기 성격과는 전혀 다른 성격특징이 나타난다. 조용하고 온순했던 사람이 떠들썩하고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있고, 사교적이고 자유로운 성격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둔주가 지속되는 동안에 폭행을 하기도 하고, 사소한 범죄를 범하는 경우도 있다.
- 둔주상태에서 정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을 확실하게 알 수 없다. 흔히 며칠씩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가족이나 경찰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게 되거나, 자신의 신분에 대해 경찰, 고용주, 심리학자, 의사에게 도움과 자문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회복에 소요되는 시간은 다양하지만, 회복은 완전하게 이루어지고 재발가능성은 거의 없다. 회복된 후에는 둔주기간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해리성 둔주의 발병 시기는 일정하지 않으나 대부분 성인기에 나타나고, 발병원인은 스트레스와 관련된 심리적 쇼크 때문이다. 발병양상은 몇 시간에서 몇 달에 이르는 1번의 삽화가 대부분이고 회복은 갑자기 일어나지만, 일부 사례에서는 치유하기 힘든 '난치성 해리성 기억상실증'으로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유병률은 일반 인구에서 0.2%로 보고되고 있다.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 해리성 기억 상실증의 진단 기준
1. 중요한 자서전적 정보를 회상하지 못하는 것으로, 대개 외상적이거나 스트레스성이며, 일상적인 망각으로 설명할 수 없다.
2. 이러한 증상들이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한다.
3. 이러한 장애가 물질(예: 알코올이나 다른 남용 약물, 투약 약물)이나 신경학적 또는 다른 의학적 질환(예: 부분적인 복합성 발작, 일시적인 전반성 기억상실, 뇌손상/외상적 뇌손상으로 인한 후유증, 다른 신경학적 상태)의 생리적 효과들로 인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4. 이러한 장해가 해리성 정체감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급성 스트레스 장애, 신체증상장애, 또는 주요 신경인지장애나 경도 신경인지장애로 더 잘 설명되지 않아야 한다.
3. 해리성 기억상실증의 원인과 치료
- 해리장애는 대부분 충격적인 스트레스 사건이 계기가 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해리장애를 PTSD의 한 형태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PTSD는 외상적 사건과 관련된 충격적 경험이 다시 재경험되어 불안이 지속되는 것인 반면, 해리성 기억상실증은 외상적 사건에 관한 기억을 상실하여 고통을 회피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해리성 기억상실증과 해리성 둔주의 일차적 유발 요인은 PTSD와 마찬가지로 극심한 심리적 쇼크를 주는 스트레스 사건들과 관련이 깊다. 예컨대, 아동기의 학대와 방치, 부부간의 극심한 갈등, 가까운 사람의 죽음 목격, 교통사고, 강력한 자연재해, 강제 수용소의 감금, 집단 종족 학살 등을 들 수 있다. 어느 경우이든, 외상적 사건이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에 이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강력한 동기가 있을 때 해리성 기억상실증이 나타나게 된다. 학습이론은 기억상실 행동이 불안이나 죄책감을 유발하는 고통스러운 환경자극을 회피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강화되어 증상이 지속되는 일종의 보상학습에 의해 습득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신분석이론은 불안을 일으키는 고통스러운 심리적 내용을 방어하고 억압함으로써 고통스러웠던 상처가 의식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은 상태라고 한다.
- 해리성 기억상실증의 치료는 상실된 기억을 회복시켜 주는 것에 있다. 주로 해리된 억압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정신역동치료, 특히 억압된 갈등을 의식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최면치료가 적용되기도 한다. 이를 위해 그 사람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고통스러운 갈등과 기억들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기능을 복원하고 얽힌 관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해리성 기억상실증과 해리성 둔주는 현재의 생활 스트레스 사건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대처기술의 증진과 함께 새로운 생활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PTSD 치료에 효과가 있는 치료전략도 도움이 된다. 인지치료는 역기능적 사고패턴과 그 결과의 심각성을 인식시켜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문제통찰력을 향상하는 것에 있다. 가족치료도 중요하다. 환자의 가족에게 장애의 증상과 원인 및 재발방지법을 교육시켜야 한다. 약물치료는 해리성 기억상실증 자체를 치료하는 약은 없다. 그러나 우울증상이나 불안이 동반되는 경우 항우울제나 항불안제가 사용될 수 있다. 중추신경계의 진정 효과를 나타내는 속효성(short-acting, 약물 작용기간이 짧아 약효가 빨리 나타나는 것) 바비튜레이트 계열의 약물이 정맥주사로 처방되기도 한다.
◆"사례 중심의 이상심리학"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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