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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및 섭식장애(Feeding and Disorders)-신경성 폭식증 본문
1. 핵심 질문
자제력을 잃고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은 적이 자주 있는가?
2. 신경성 폭식증이란
- 신경성 폭식증(bulimia nervosa)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어대는 폭식행동과 이로 인한 체중의 증가를 막기 위해 구토 등이 보상행동이 반복되는 경우를 말한다. 즉 (1) 반복적인 폭식행동을 하고, (2) 그로 인한 체중증가를 막기 위해 반복적이고 부적절한 보상행동을 나타내며, (3) 이러한 폭식행동과 보상행동이 평균 1주일에 1회 이상 3개월 동안 발생하고, (4) 체형과 체중이 자기 평가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신경성 폭식증으로 진단된다. 증상의 심각도는 부적절한 보상행동이 1주일에 평균 몇 번 나타났는가에 따라 경도, 중등도, 중증도, 최중증도로 구분된다. 신경성 폭식증은 신경성 식욕항진증이라고도 한다.
- 신경성 폭식증의 핵심증상은 폭식행동(지나치게 많이 먹고)과 보상행동(토하는 것 또는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폭식행동은 일정한 시간 동안(예: 2시간 이내)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사한 상황에서 동일한 시간 동안 먹는 것에 비해 분명하게 더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것이고, 폭식을 하는 동안 먹는 것에 대한 자제력(예: 먹는 것을 멈출 수 없거나, 무엇을 얼마나 많이 먹어야 할지를 조절할 수 없는 느낌)을 상실한 것이다. 보상행동(예: 구토 또는 설사제, 이뇨제, 관장제 등의 약물복용, 금식, 과도한 운동)은 폭식행동으로 인한 체중증가와 몸매의 손상을 막기 위해 부적절한 자기 방어적 행동을 나타내는 것이다. 결국 폭식, 폭식에 대한 보상행동, 그리고 이런 행동들이 신체상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더 집착으로 변하게 된다.
- 신경성 폭식증이 있는 사람은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마찬가지로 왜곡된 신체상을 가지고 있다. 이는 체중증가와 몸매 손상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공통적으로 자신의 식사문제를 부끄럽게 여기고 있고(수치심), 이를 숨기려고 한다. 따라서, 폭식행동은 주로 밤에, 혼자 있을 때, 집에 있을 때,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주 나타난다. 폭식을 할 때는 정신없이 매우 많은 양의 음식을 먹어 치운다. 폭식은 불편할 정도로 고통스러울 정도로 팽만감을 느낄 때까지 지속된다. 폭식행동을 하고 나면 체중증가에 대한 두려움이 오고, 자책을 하게 되며, 부적절한 보상행동을 한다. 환자들 중 80~90%가 하제(구토제, 이뇨제, 관장제의 사용)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울증도 문제이다. 특히, 하제를 사용하는 사람의 대다수가 낮은 자존감과 관련된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폭식증이 우울증의 한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섭식장애는 우울증상에 선행하여 나타난다. 환자들은 신경성 폭식증과 함께 무기력감, 실패감, 자기 비하적 생각을 많이 하고 자해나 자살기도를 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 신경성 폭식증은 80% 이상이 다이어트의 연장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머지 20%는 신경성 식욕상실증이 시작된 후 발전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신경성 폭식증의 발달경로는 비슷하다. 처음에는 체중을 감소시키기 위해 대개 1번 이상의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날씬해지고 싶다는 욕망에서 다이어트를 하고 살찌기 쉬운 음식을 피하는 등 음식을 절제하게 된다. 그러다가 이러한 굶주림에 대한 반동으로 음식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어 가끔 폭식을 하게 되며, 그 후에 보상행동을 나타내게 된다. 폭식행동은 몰래 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주위사람들은 이 사실을 몇 년 동안 모르고 지내는 수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폭식행동과 보상행동 둘 모두에 수치심을 가지고 있다.
- 신경성 폭식증은 정상체중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또는 장애가 시작될 때 체중과다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신경성 식욕부진증과는 다르다. 신경성 폭식증인 사람은 영양실조를 겪지 않기 때문에 신경성 식욕부진증보다 장애가 양호하다. 그러니 폭식증 여성들도 무질서한 섭식 때문에 불규칙한 월경이나 무월경이 흔히 나타난다. 반복적인 구토로 인해 치아의 법랑질이 손상되고 치아가 불규칙적인 모양이 될 수 있다. 만성적으로 설사제나 이뇨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수분이나 전해질 방해 때문에 신체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드물지만 식도나 위의 파열, 심부정맥과 심각한 합병증이 올 수도 있다.
- 신경성 폭식증은 신경성 식욕부진증과는 달리 비교적 최근에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79년 영국 런던의 로열자유병원 및 모슬리병원의 교수이자 정신과 의사였던 러셀이 공식적으로 처음 이 증상을 소개한 이후 신경성 폭식증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신경성 폭식증은 '많이 먹고 토하는 것'이 장애라고 인식되지 않았고, 그것은 배부른 자만이 할 수 있는 사치라고 생각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에는 많이 먹고 토하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신경성 폭식증은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함께 그 사례가 극적으로 증가하였는데, 이는 날씬함을 강조하는 서구문화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결과이다. 마침내 신경성 폭식증은 폭식증(bulimia)이라는 진단명으로 DSM- Ⅲ에 처음 수록되었고, DSM- Ⅳ에서는 폭식증이 신경성 폭식증으로 바뀌면서 DSM- 5까지 이르게 되었다.
- 신경성 폭식증은 최근 급속하게 증가하는 추세이고, 신경성 식욕상실증보다 더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다. 신경성 폭식증의 1년 유병률은 청소년이나 젊은 여성에서 1~3%이고, 임상장면에서 90%가 여성이다. 발병 연령은 대개 청소년기 후기나 성인기 초기에 시작되는데, 환자의 90~95%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이다. 사춘기 이전이나 40세 이후에는 그리 흔하지 않다. 환자들 중 많은 사람은 정상 체중을 가지고 있으나,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 전 비만이 훨씬 더 많다. 이 장애로 진단된 사람들 중 66%는 설사제, 이뇨제, 관장제, 기타 약물을 오용하는 하제 사용형이다. 특히, 청소년과 젊은 성인의 33%는 알코올 및 다른 약물을 남용한다는 점에서 약물남용의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 경과는 만성적일 수도 있고, 간헐적일 수도 있는데, 신경성 폭식증의 장기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신경성 폭식증은 우울증과 공병률이 높게 나타난다.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 신경성 폭식증의 진단 기준
1. 반복적인 폭식행동이 있고, 폭식행동은 다음 2가지의 특징으로 나타난다.
1) 일정한 시간 동안(예: 2시간 이내)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사한 상황에서 동일한 시간 동안 먹는 것에 비해 분명하게 더 많은 양의 음식을 먹음.
2) 폭식을 하는 동안 먹는 것에 대한 조절능력의 상실(예: 먹는 것을 멈출 수가 없거나, 또는 무엇을 얼마나 많이 먹어야 할 것인지를 조절할 수 없는 느낌)
2. 체중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반복적이고 부적절한 보상행동을 나타낸다(예: 스스로 유도한 구토, 설사제, 이뇨제, 관장제, 기타 약물의 오용, 금식, 과도한 운동).
3. 폭식과 부적절한 보상행동 모두 평균적으로 최소한 1주일에 1회 이상 3개월 동안 발생한다.
4. 체형과 체중이 자기 평가에 과도한 영향을 미친다.
5. 이러한 장해가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삽화 기간 중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현재의 심각도의 구분(부적절한 보상행동의 1주일 평균 횟수)
• 경도 (mild) : 1~3번
• 중등도 (moderate) : 4~7번
• 중증도 (severe) : 8~13번
• 최중증도 ( extreme) : 14번 이상
3. 신경성 폭식증의 원인과 치료
- 신경성 폭식증과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서로 이질적인 장애이다.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의 40~50%가 폭식증 증세를 가지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신경성 폭식증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신경성 폭식증이 신경성 식욕상실증으로 발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경성 폭식증 환자는 자아강도가 약하고 초자아가 느슨하여 충동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반면,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는 자아강도가 강하고 초자아의 통제력이 강해 이 두 장애 간에 공통적 원인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 신경성 폭식증의 원인은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살펴볼 수 있다. 생물학적 요인은 신경성 폭식증이 가족에게 유전되는 성향과 관련이 있다. 신경성 폭식증을 지닌 환자의 직계여성 친척들은 일반사람들에 비해 발병위험률이 4배가 더 높다. 쌍생아연구를 보면, 신경성 폭식증에 대한 일치율이 일란성쌍생아의 경우 8~47%이고, 이란성쌍생아의 경우 0~9%이다. 그러나 실제 무엇이 유전되는지는 분명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장애 자체가 유전되기보다는 유전적 장애 취약성이 전수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기능이상 때문에 신경성 폭식증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예컨대, 일반여성들과는 달리 신경성 폭식증인 여성은 장애가 활성기일 때는 세로토닌 활동이 감소하고, 회복 후에는 세로토닌 활동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러나 신경성 폭식증과 신경전달물질 간의 관계는 아직 분명치 않다. 아동기의 비만과 사춘기의 조숙한 성숙도 신경성 폭식증의 예측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 심리적 요인은 체중에 대한 걱정, 낮은 자존감, 우울증상, 사회불안장애, 아동기의 과잉 불안증상, 아동기의 성적 및 신체적 학대가 신경성 폭식증의 발병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신경성 폭식증 여성들은 증상이 시작되기 6개월 전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아동기 때는 가족갈등과 학대가 심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밖에도 청소년기의 욕구를 적절하게 표출하거나 해소하지 못한 경우, 자기 지각의 불안정성이 높은 경우, 충동조절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신경성 폭식증이 나타날 수 있다. 행동요인은 음식에 대한 접근·회피 갈등과 관련이 있다. 신경성 폭식증은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마찬가지로 체중증가에 대한 두려움이 짙게 깔려 있다. 체중증가에 대한 공포가 우세할 때는 음식 회피행동, 즉 절식행동이 나타난다. 그러나 음식 회피행동에 대한 제지가 풀리고 음식섭취 욕구가 체중증가 공포보다 우세해지면 음식에 대한 접근 행동, 즉 폭식행동이 나타난다. 따라서 신경성 폭식증은 음식에 대한 접근-회피갈등의 반복적 상태로 볼 수 있다. 정신분석이론은 신경성 폭식증이 부모상에 대한 무의식적 공격성의 표출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부모에 대한 무의식적 분노가 음식으로 대치되고 폭식을 통해 이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식물은 잘못된 모자관계의 상징물이다. 음식물을 섭취하고 섭취한 음식물을 토해내는 것은 어머니에 대한 접근 욕망과 회피 욕망의 갈등적 표시이다.
- 사회문화적 요인은 날씬한 몸매에 대한 사회문화적 기대와 압력이 크고, 개인이 그에 부응하고자 하는 욕구가 지나칠 때 신경성 폭식증이 발병한다. 체중증가와 몸매 상실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고 외면당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엄격한 섭식절제를 시도하게 되고, 자기가 정한 규칙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음식을 폭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 신경성 폭식증의 치료는 신경성 식욕부진증에 비해 완치될 확률이 높다. 치료를 받게 되면 50% 이상의 사람이 완전히 회복될 수 있다. 여자 청소년의 경우 75% 이상은 7.5년 이내에 회복된다. 신경성 폭식증은 체중이 손실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래치료를 통해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하루에 한 번씩 음식물을 폭식하고, 그것을 토하는 경우에는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의 목표는 음식물을 폭식하고 그것을 토해내는 주기를 차단하여 식사습관을 정상화시키는 것에 있다. 치료 과정에서 다른 정신과적 문제들, 예컨대 우울, 불안, 약물남용의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한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규칙적인 식사와 필요한 칼로리만큼 먹는 영양상담, 체중과 몸매에 대한 비합리적 신념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인지재구조화, 신체 불만족에 대한 체형치료를 해야 한다. 가족치료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신경성 폭식증은 가족 문제와 얽혀 있는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 신경성 폭식증은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시간이 경과해도 나아질 가능성은 희박하고, 합병증도 많이 생기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신경성 폭식증은 발병 후 상당기간이 경과한 후에야 비로소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의 체중은 정상인과 크게 다름이 없고, 음식물을 먹어도 가족이나 친구 등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사례 중심의 이상심리학"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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