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군 성격장애(연극성 성격장애)

 

당신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의 초점이 되지 못하면 마음이 답답한가?

 

 

- 연극성 성격장애(histrionic  personality  disorder)는 타인의 애정과 관심을 끌기 위해 지나친 노력(예: 과도한 감정표현, 육체적 외모의 활용)을 나타내어 사회적 부적응이 초래되는 성격특성을 말한다. 즉 (1) 지나친 감정표형과 관심 끌기의 지속적인 행동양상이 있고, (2) 이런 특성이 성인기 초기에 시작되어 생활 전반에 걸쳐 나타나며, (3) 진단 기준의 8가지 중 5개 이상의 항목이 충족되는 경우 연극성 성격장애로 진단된다.

 

- 연극성 성격장애는 DSM-Ⅱ에서 히스테리성 성격장애의 명칭으로 처음 소개되었으나 히스테리라는 용어가 여성을 연상케 하고, 퇴행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장애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에 따라 DSM-Ⅲ에서 연극성 성격장애로 개칭되어 DSM-5에까지 이르고 있다.

 

- 연극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인생을 연극하는 것처럼' 살아간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주인공이다. 언제나 관심의 초점이 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매력, 외모, 성적인 유혹을 이용한다. 이런 특성은 대인관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항상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의 초점이 되고 애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말하고, 경험과 감정을 과장되고 극적인 형태로 말하며, 뭔가를 과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상대방을 성적으로 유혹하기도 하고 자극적인 육체적 외모를 활용하기도 한다. 원색적인 화려한 외모로 치장하거나, 노출이 심한 옷차림을 하고 다니거나, 용모로 관심을 끌려고 하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하다. 그러나 대인관계는 강렬하지만 깊이가 얕고 언제나 쉽게 변한다. 말하는 방식은 인상적이지만 알맹이가 없고 피상적이다. 보기에는 감정이 풍부하고 매력이 있어서 쉽게 사람을 사귀지만 그 관계는 오래 못 간다. 관계가 지속되면 빠르게 싫증을 내고 요구 사항이 많아지며 끊임없는 인정을 바라기 때문에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린다. 매사에 싫증을 잘 내기 때문에 항상  '파티 같은 인생'을 살기 원한다. 조그마한 일에도 지나치게 화를 낸다. 불만이 있을 때는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협박을 하기도 하고(예: 그만 헤어지자, 자살하겠다 등)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나타내기도 한다. 정서는 불안정하고, 감정 위주로 일을 처리하며, 상대방의 의사를 자기 환상에 따라 해석한다. 관심의 대상이 되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강한 시기와 질투, 경쟁심, 분노를 느낀다. 

 

- 연극성 성격장애의 유병률은 일반 인구에서 1.84%이고, 정신과 임상장면에서는 10~15%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흔하다. 발병 연령은 주로 성인기 초기이고 경과는 만성적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피암시성이 높기 때문에 타인이나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고 조그마한 환경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우울해지기 쉽다. 이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신체증상장애나 전환장애, 또는 주요 우울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경계선, 자애성, 반사회성, 의존성 성격장애의 요소도 흔히 함께 나타낸다. 이들은 깊이 생각해야 하는 지적 작업보다는 영감 같은 것을 바탕으로 하는 예술분야의 일에서 재능을 나타내기 쉽다. 

 

《 연극성 성격장애의 진단 기준 》

과도한 감정표현 및 관심을 끌려는 광범위한 행동양상이 있다. 이런 특성은 성인기 초기에 시작되어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나고, 다음 8가지 중 5개 이상의 항목이 충족되어야 한다.    1) 자신이 관심의 초점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편감을 느낀다.    2) 타인과의 관계에서 흔히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성적으로 유혹적이거나 도발적인 행동을 특징적으로 나타낸다.    3) 감정변화가 빠르고 피상적 감정표현을 보인다.    4) 자신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서 항상 육체적 외모를 활용한다.    5) 지나치게 인상적으로 말하지만 구체적 내용이 없는 대화양식을 갖고 있다.     6) 자기 연극화, 연극조, 과장된 감정표현을 나타낸다.    7) 피암시성이 높다(예: 다른 사람이나 환경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는다).    8) 대인관계를 실제보다 더 친밀한 것으로 생각한다.

 

 

- 연극성 성격장애의 원인은 유전적인 생물학적 취약성 요인, 심리적 요인, 학습요인, 인지적 요인에서 살펴볼 수 있다. 연극성 성격장애자들은 정서적 반응과 자율신경계의 반응역치가 낮아서 사소한 자극에도 감정이 증폭되고 쉽게 흥분하게 되는데, 이는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와 공격성의 표출과 관련된 후시상하부핵의 역치가 낮은 것과 관련이 있다. 각성과 주의를 조절하는 망상체의 역치 수준도 낮아서 신경이 쉽게 과민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모두 뇌의 신경인지적 기능이상을 암시하는 것이다. 

 

- 심리적 원인은 주로 정신분석적 요인과 관련이 깊다. 즉, 연극성 성격장애자들(특히 여성)의  '과장된 감정표현'과  '유혹적 행동'은 어린 시절 오이디푸스 갈등에 기이한 것으로 어머니의 애정결핍에 대해 실망을 느끼고 아버지의 애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특히, 딸에 대한 아버지의 유혹적인 행동도 이를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아버지와의 동일시를 꾀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추구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이 여성의 경우 불감증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부모의 성에 관한 태도 역시 증상 발달에 기여한다. 부모가 성에 관해서는 뭔가 불결한 것처럼 얘기하면서도, 성이 흥분을 일으키고 바람직한 것처럼 행동하는 그런 가정 분위기에서 자란 여성들이 성에 대한 생각에 빠져 있으면서도 실제로 성적 행동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적 갈등이 연극적 행동으로 나타난 상징적 표현이라고 한다. 심리성적 발달단계의 고착현상, 즉 구순기의 고착은 의존성 성격을, 항문기의 고착은 강박성 성격을, 남근기의 고착은 연극성 성격을 유발한다고 한다. 따라서 남근기에 고착된 여성은 해결되지 못한 남근선망(penis envy)에 대한 무의식적 갈등으로 인해, 남성은 극복하지 못한 거세불안(castration anxiety)으로 인해, 경박하고 성적으로 유혹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감정적 표출이 심하다고 한다. 남들이 주목을 한 몸에 받으려고 하는 것은 남근기에 고착된 무의식적인 갈등과 낮은 자존감에 대한 일종의 방어 현상이다. 

 

- 학습요인은 아동이 부모로부터 모방한 결과가 연극성 성격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즉, 부모가 연극성 성격장애를 지닌 경우 아동은 부모의 그런 특성을 보고 배우며, 부모의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연극적 행동을 나타내게 된다. 물론 부모가 아동에게 보내는 정적 강화는 일관성이 없다.

 

- 인지적 요인은 (1) 나는 감명이 필요하다. (2) 내가 행복해지려면 다른 사람의 관심과 애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3)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잘못된 신념과 사고방식이 연극성 성격장애를 발현 유지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연극성 성격장애와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두 성격장애가 함께 나타날 정도로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극성 성격장애자의 65%가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진단 기준에도 해당된다는 점에서 두 성격장애의 공통적 원인이 있고, 여성은 연극성 성격장애로 남성은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발현된다는 보고도 있다. 

 

- 연극성 성격장애의 치료는 현실적인 감정표현의 적절성, 원만한 대인관계의 형성, 진실한 자기 모습으로 살기 위한 노력을 향상하는 것에 있다. 이를 위해 치료자는 환자와 진정한 치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환자를 성이 다른 치료자에게 의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남성은 남성치료자가, 여성은 여성치료자가 치료하는 것이 좋다. 성이 다른 치료자일 경우 환자는 치료 자체보다는 치료자의 애정과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쇼(연극)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치료는 애정을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습득시키고, 일시적이 아닌 장기적인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습득시키며, 잘못된 사고방식을 바로잡는 체계적인 문제중심적 사고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연극성 성격장애 외에 다른 정신과적 문제나 신체적 질병이 있는 경우 다른 조건이 치료될 때까지 합리적인 지지적 치료를 하는 것도 유용하다. 집단치료는 환자가 관심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약물치료는 우울증이나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경우 항우울제,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항불안제, 이인화나 착각을 호소하면 항정신병제를 사용할 수 있다. 

 

 

 

◆"사례 중심의 이상심리학"에서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