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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한국문화와 한국인의 성격

벨라0430 2024. 3. 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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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은 다른 국가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성격특성을 지니고 있을까? 각 국가의 국민들이 나타내는 독특한 성격특징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회자되고 있다. 서로 인접한 동북아시아 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의 국민들은 각기 다른 성격특성을 지닌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은   '빨리빨리'라는 말로 대표되듯이 성격이 급하고 열정적이며, 중국은  '만만디'로 묘사되듯이 여유롭고 신중한 반면, 일본인은  '조심조심'으로 대변되듯이 인사성이 바르고 조심성이 많은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이러한 언급은 학술적인 연구결과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변 국가의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느낀 개인적 경험들을 반영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때문에 회자되는 이야기지만, 특정한 국가의 국민들이 지닌 성격 특성을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한국인도 한국인 나름이며 일본인도 일본인 나름이기 때문이다. 특히 16억의 인구를 지닌 중국인들의 극히 다양한 성격과 행동을 한두 가지의 성격특성으로 일반화할 수 없다. 그러나 각 국가는 자연환경은 물론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문화 속에서 성장한 국민들은 서로 다른 성격적 성향을 나타낼 수 있다. 문화심리학의 연구에서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유교적 전통을 공유하는 집단주의 문화를 지닌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과연 한국의 문화적 특성은 무엇이며 한국인의 성격적 독특성은 무엇일까?

1. 한국문화의 특성

 - 한국문화의 특징에 대해서는 여러 사회과학자들이 다양한 주장을 하고 있다. 최재석(1994)은 한국인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생활양식을 근거로 하여 한국문화의 특징을 가족주의, 감투지향 의식, 상하서열 의식, 친소구분 의식, 공동체 지향 의식이라고 주장했다. 김경동(1993)은 사회조직에 초점을 맞추어 위계서열적 권위주의, 연고 위주의 집합주의, 인정주의, 의례주의적 도덕성을 제시하면서 이러한 특성이 유교적 전통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호근(2003)은 한국인의 사회심리적 특성을 평등주의, 의사사회주의, 낙관주의, 권위주의, 이기적 자조주의, 독단주의, 가족주의, 연고주의, 엘리트주의, 국가중심주의로 지적하면서 역사적 발전 과정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여겼다. 정수복(2007)은 시기적으로 개화기 이전의 종교사상과 문화전통에서 유래한 보다 근원적인 문화적 특성과 19세기 후반 서양의 근대화 영향으로 파생되어 나타난 문화적 특성을 구분하면서 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현세적 물질주의, 감정 우선주의, 가족주의, 연고주의, 권위주의, 갈등 회피주의를 제시했으며, 후자에는 감상적 민족주의, 국가중심주의, 속도지상주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 수단방법 중심주의, 이중규범주의를 포함시켰다. 

 

- 최근에 유민봉과 심형인(2003)은 한국사회의 문화적 특성을 문화합의이론에 근거하여 5개로 압축하여 제시하였다. 이들은 한국에 거주하면서 다수의 한국인을 만나본 경험이 있는 다양한 직종의 외국인 43명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한 한국(또는 한국인)의 특성을 하나 또는 몇 개의 단어로 적어 주십시오"라는 지시문을 제시하고 10개씩 응답하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이들의 다양한 반응을 63개 항목으로 정리하여 대졸 이상의 한국인 37명에게 유사한 것끼리 분류하도록 요청했다. 이렇게 분류된 자료를 다차원척도법과 네트워크분석기법을 사용하여 분석했다. 이러한 실증적 자료와 분석기법을 사용하여 유민봉과 심형인(2013)이 발견한 한국사회의 문화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1) 자기 인식 : 공적 자기의식

- 한국문화를 묘사하는 다양한 특성들은 몇 가지 묶음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타인시선 의식' ,  '타인과의 비교' ,  '이미지 중시' ,  '외모 중시' ,  '유행 민감' ,  '대세를 따름' ,  '눈치' ,  '과시적임' ,  '모호한 태도' ,  '우회적 의사표현' ,  '의사표현이 소극적임'이다. 이러한 특성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생각하는지를 많이 의식한다는 점이다. 즉 한국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확인하는 경향이 있으며 공적 자기의식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고 타인과 비교를 많이 하는 한국인의 공적 자기의식 성향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많이 의식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개인 - 집단 관계 : 집단 중시

- 한국문화를 묘사하는 또 다른 범주에 속하는 단어들은  '끼리끼리' ,  '학연·지연 중시' ,  '가재는 게 편' ,  '잘 뭉치는' ,  '가족 중시' ,  '관계 중시' ,  '집단압력' ,  '모임(회식, 경조사 동문회 등) 중시' ,  '타집단 배타적'이다. 이러한 단어들은 한국사회의  '집단중시' 문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인은 학연·지연·혈연을 중심으로 한 내집단의 유대성이 강한 반면, 외집단에 대한 배타성은 강한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점은 혈연과 지연에 의한 1차적 집단 또는 내집단에 대한 소속감과 충성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문회, 회식, 경조사 등을 중시하는 것은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차적 집단 내에서도 동문, 근무부서, 입사동기와 같은 공통적 속성을 기반으로 일차적 집단과 유사한 내집단을 형성하는 경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인은  '우리'로서의 소속감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3) 인간관계의 기반 : 온정적 인간관계

- 한국사회의 문화적 특성 중 세 번째 범주에 속하는 단어들은  '정' ,  '친근한' ,  '타인에게 관심 가지는' ,  '배려' ,  '조화' , '협동' ,  '겸손'이다. 이러한 단어들의 묶음에는  '정'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주로 대인관계에서 나타나는 특성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단어들에 반영된 한국사회의 문화적 특성은  '온정적 인간관계'라고 할 수 있으며 Hofatede의 남성성 - 여성성의 차원에서는 한국문화의 여성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4) 사회의 권위구조 : 위계성 중시

- 한국문화의 특성을 반영하는 단어의 묶음 중 하나는  '나이 중시' ,  '연장자 우대' ,  '가부장적' ,  '보수적' ,  '서열 중시' ,  '계층적' ,  '지위중시' ,  '명분 중시' , '체면'이었다. 이러한 단어들의 묶음은 위계성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인이 나이를 중시하여 연장자를 우대하는 가부장적인 관행을 중시하는 것은 한국의 유교적 전통과 연관된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사회에서는 이러한 전통적 권위뿐만 아니라 개인적 노력에 의해 성취한 합리적 - 법적 권위가 함께 공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권위를 인정하고 중시한다는 점에서 한국문화는 권위에 근거한 수직적인 위계적 문화하고 할 수 있다. 

  (5) 사회의 보상구조 : 결과 중시

- 한국문화를 기술하는 단어범주는  '결과지향적' ,  '성공 지향' ,  '치열한' ,  '경쟁적' ,  '계산적' , '돈(물질) 중시' ,  '바쁜' ,  '여유 없는' ,  '서두르는(성급한)' ,  '빨리빨리' ,  '대충대충'과 같은 단어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단어들의 연결망 중심에는 결과를 중시하는 가치와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적 특성들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이러한 범주를  '결과 중시'로 명명했다. 한국사회의 결과 중시 특성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처럼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보다는 얼마나 빨리 도착했느냐가 더 중요하게 평가되고 보상되는 한국 문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한국인의 성격특성 : 한국인의 심성

- 한국인은 어떤 심성의 소유자들일까? 한국인은 어떤 성격적 특성을 지니고 있을까? 한국인의 심성은 다른 국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 한 국가의 국민성을 밝히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재 약 5000만명에 달하는 한국인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심리적 특성을 찾아내는 일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한국인은 나이, 성별, 계층, 교육 수준, 거주지역 등에 따라 매우 다른 심리적 특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개인마다 커다란 성격적 차이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국민성은 한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대표적이고 평균적인 성격이라고 규정된다. 한국인의 국민성이나 심리적 특성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자료는 많지 않으나 몇몇 심리학자에 의해서 이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 윤태림(1969)은 한국인이 지니는 사고방식의 특징으로 지나친 감수성(감정의 우위), 과거에의 집착(보수성), 권위주의(열등의식), 체면(형식주의), 공리적 경향(현세중심)을 제시한 바 있다. 이규태(1983)는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으로 열등의식, 서열의식, 상향의식, 집단의식, 은폐의식, 금욕의식, 가족의식, 체면의식, 내향의식, 공공의식 등을 열거하고 있다. 

한국인의 가치관과 국민성에 대해서 집중적인 관심을 보여 온 대표적인 학자는 차채호다. 그는 지난 100여 년 동안 한국을 방문했거나 한국에서 생활한 외국인들의 견문록 22개를 분석하여 구한말부터 해방 이후까지 10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을 가치, 신념과 태도, 행동의 세 측면에서 제시하고 있다. 

차채호에 따르면, 한국인이 중요시하는 가치는 효도, 학문, 아들과 자손의 번창, 조상, 자연, 장생과 장수, 돈과 부, 평화, 인정과 명예, 대식과 대음, 무사안일, 인간관계와 정이다. 신념과 태도의 측면에서 한국인은 상하의식(위계와 직위의 존중 의식), 경로사상(어른 앞에서 예의를 지키는 것), 존사사상(스승에 대한 존중 의식), 조상숭배, 기술천시, 충효사상, 질투나 잔인에 대한 부정, 폐쇄적인 우리관(소속 집단으로부터의 이탈을 두려워하고 외부인을 천시하는 경향), 현세주의, 한국적인 것에 대한 과대 숭상 등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차체호는 한국인이 나타내는 62개의 행동적 특성을 제시하고 이를 7개의 차원, 즉 ① 감정주의, ② 의존성향, ③ 정애주의, ④ 후한 인심, ⑤ 비합리성, ⑥ 높은 교육열, ⑦ 위계주의로 요약하여 이것이 한국인의 성격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보았다. 

 

- 조긍호(2003)는 한국인을 이해하는 개념적 틀로서 세 가지 차원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차원은 사회적 관계 유지와 조화 지향성으로서 화목한 가족애와 질서 있는 사회유지, 가족중심주의, 내외집단 구분의 엄격성, 직업과 계급의 위계주의, 명분중시, 체면과 형식의 중시 등이 이에 해당된다. 두 번째 차원은 자기 억제와 자기 은폐 지향성으로서 이기적 욕구의 억제와 절개의 숭상, 자기 비하와 사대주의, 열등의식, 권위에의 복종, 감정주의, 핑계와 우쭐, 한의 심리에 반영되어 있다. 마지막 세 번째 차원은 단점수용 및 자기 개선 지향성으로서 높은 교육열, 근면과 실력 연마의 가치추구, 자기 수양이 잘 된 높은 교양의 추구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인의 특성은 유학사상에서 유래한 집단주의적 성격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을 토착심리학적 입장에서 꾸준히 연구해 온 학자로는 최상진이 있다. 그는 한국인의 삶과 일상언어 속에서 보편화된 주요한 용어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는 한국인의 토착적 심성과 행동의 특징으로 정, 한, 우리성, 눈치, 체면, 핑계, 의례성, 의리, 우쭐 심리, 부자유친 성정을 제시하였다. 과연 한국인에게 독특한 성격특성이 있을까?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은 다른 국가나 문화의 구성원과 비교한 연구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인만의 독특한 심성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여러 학자들이 언급한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은 외국인의 경우에도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그 정도에서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인의 성격특성이든 다른 국가의 국민성이든 섣불리 단정하기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에 의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 현대사회는 급속한 세계화와 함께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활발하게 교류되면서 뒤섞이고 있다.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전통문화와 외래문화가 더욱 활발하게 혼합되어 새로운 융합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한국문화는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듯이, 집단주의 문화에서 개인주의 문화로 변화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권위주의적이고 남성중심적 문화에서 점차 탈권위주의적이고 양성평등적 문화로 변모해 가고 있다. 이렇게 문화적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인의 공통적인 심리적 특징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성격과 행동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가 성장하고 생활하는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모든 한국인은 한국문화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다. 개인의 성격에는 인류의 역사, 민족의 역사, 가족의 역사, 그리고 개인의 역사가 복합적으로 농축되어 있다. 

 

 

 

 

 

◆"인간 이해를 위한 성격심리학"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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